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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장치료’ 이름만 붙으면 불티...동네병원부터 한의원까지 가세 [키크는주사②]

“주말 환자 대다수는 성장치료를 위해 부모님과 오는 아이들이에요. 평일엔 아이들이 학원 다니느라 시간이 안 되니까요. 환자가 많아 대표원장님도 매주 토요일 출근하세요.”

일부 한의원은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약재들을 사용한 성장치료를 하고 있다.
클립아트코리아 제공
지난 19일 오후 서울 A한의원에 9살 남자아이 성장치료가 가능한 지 묻자 “주말은 4월 초까지 진료가 꽉 찼다”며 예약부터 해야 한다고 귀띔했다.
한의원에서는 병원에서 쓰는 ‘키 크는 주사’를 처방할 수 없지만, 녹용이나 태반 등 성장에 도움이 되는 약재들을 사용한 성장치료를 하고 있는 곳이 많다.


성장호르몬에 문제가 없는데도 ‘키 크는 주사’를 맞는 이들이 늘면서 성장치료제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엔 동네 곳곳에 성장클리닉이 들어서는가 하면, 한의원도 ‘한방주사’라는 명목으로 이 시장에 가세하면서 경쟁이 과열되는 양상이다.


세계일보가 24일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요청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받은 ‘성장호르몬 치료제 처방 현황’ 자료에 따르면, 의원급 동네 병원들의 처방이 크게 늘고 있다.


2020년 대학병원 등 상급종합병원의 성장치료제 처방 비중은 54.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으나 지난해 38.2%로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병원급은 9.1%에서 13.9%로, 동네병원인 의원급은 4.0%에서 11.3%로 급증했다.


그래픽 = 양혜정 기자
저성장 아이뿐 아니라 정상키 아이들마저 성장치료제를 찾으면서 시장 규모가 커지자 성장클리닉이 우후죽순 생긴 영향이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는 국내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규모가 2019년 약 1457억원에서 2023년 약 2775억원으로 2배 가량 늘었고, 지난해엔 3000억원을 돌파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 처방되고 있는 성장호르몬제는 7개다.
화이자, 노보노디스크 등 해외 제약사 제품이 5개이고 국내 제약사 제품은 LG화학의 ‘유트로핀’, 동아에스티의 ‘그로트로핀’ 2개다.
LG화학과 동아에스티는 매년 성장호르몬제 매출 신기록을 경신하며 업계 투톱 자리를 지키고 있다.


LG화학의 경우 유트로핀 매출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지난해 1500억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2020년 800억원보다 2배 가량 상승한 수치다.
동아에스티는 공시를 통해 그로트로핀이 지난해 1189억원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키’ 관련 시장이 커지자 한의사들도 뛰어들고 있다.
한의원은 ‘키 크는 주사’를 처방할 수 없기 때문에 혈액순환 및 성장인자 발달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진 녹용이나 태반 등을 활용한 ‘한방주사’, ‘성장 약침’ 등을 내걸고 있다.


강남 압구정의 한 한의원 원장 B씨는 “내 아이 성장이 더딘 이유가 유전적 요인인지, 영양 부족인지 등을 진단해 맞춤 처방하기 때문에 기존 주사제에 대한 부작용 걱정이 많은 이들이 찾는 추세”라며 “혈액순환을 돕는 마사지나 뜸, 기계 치료를 더한 성장치료가 인기가 많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한의원 벽면에 붙은 포스터(왼쪽), 관악구 한의원에서 운영하는 성장치료 프로그램. 사진 박윤희 기자·김수연 기자
인근의 또 다른 한의원 원장 C씨도 “요즘은 일단 ‘성장치료’라는 이름이 붙으면 관심을 갖는 부모가 많은 것 같다”면서 “한의학에서는 원래도 성장판을 자극하거나 뼈 발달에 좋은 약재들을 사용해왔다.
아이 키를 키워주려는 적극적인 부모들이 많아지면서 두드러지고 있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키크는 주사’의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성장호르몬 주사제 시장 성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수요가 늘면서 글로벌 제약사들도 이 시장에 진출하고 있지만, 그만큼 오남용도 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이어 “규제 당국의 관리 강화 및 안정성 확보가 최대 과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윤희 기자 py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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