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덴마크 자치령인 그린란드의 미국 편입을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에 이어 J.D. 밴스 부통령의 부인과 백악관 고위관리가 잇따라 그린란드를 방문한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안보 참모가 사전 예고 없이 그린란드를 찾는다는 소식에 덴마크는 즉각 반발했다.

백악관은 세컨드 레이디(부통령 부인)인 우샤 밴스가 오는 27일 그린란드를 방문한다고 23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미국이 '어떤 식으로든' 그린란드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한 지 3주 만이다.
밴스 여사는 아들 및 미국 대표단과 함께 그린란드의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고 그린란드의 문화유산을 배울 예정이다.
밴스 여사 일행은 또 그린란드 개 썰매 대회도 참관한다.
백악관은 "밴스 여사와 대표단이 이 역사적 대회를 직접 보고 그린란드의 문화와 단합을 축하할 수 있게 돼 매우 기쁘다"라고 말했다.
밴스 여사 일행은 29일에 미국으로 귀국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이들과는 별도로 그린란드를 방문해 미군 기지를 살펴볼 예정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는 소식통을 인용해 월츠 보좌관과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부 장관이 그린란드에 있는 미군 시설인 피투픽 우주 기지를 방문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소유를 노골화하고 있는 가운데 에너지 주무장관과 외교·안보 참모가 그린란드를 찾는 것이다.
백악관은 이들의 그린란드 방문 여부를 공식 발표하진 않은 상태다.
이에 대해 이 관계자는 FT에 "덴마크와 그린란드 관리들은 섬에 미군이 더 많이 주둔하는 데는 열려 있지만, 섬을 점령하는 데는 열려 있지 않다고 말했다"고 꼬집었다.
차기 총리로 유력한 33세의 옌스-프레데릭 니엘센 민주당 대표는 연정 협상과 지방 선거가 진행 중인 시기에 이러한 방문은 "그린란드 사람들에 대한 무례함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11일 열린 덴마크령 그린란드 총선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편입 뜻을 노골적으로 밝힌 상황에서 치러져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뒤에 국가안보 등을 이유로 미국이 그린란드를 인수하고 싶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해왔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는 1월 그린란드를 방문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의회 연설에서도 "우리는 국제 안보에 있어 정말 그린란드가 필요하다"며 "어떤 식으로든 그것을 얻을 것"이라고 했다.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새로운 미국 방문에 대해 당혹감을 표시하며 "우리는 미국과 협력하고 싶다.
하지만 그것은 국가와 국민 간의 주권과 존중이라는 근본적 가치에 기반한 협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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