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23일(현지시간) 캐나다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영향으로 '우리 생애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4월28일에 조기 총선을 실시한다고 발표했다.
애초 예정된 투표일보다 6개월가량 앞당긴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월가 경험이 있는 60세의 비선출 지도자인 카니 총리와 45세의 직업 정치인인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가 맞붙게 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가디언 등에 따르면 카니 캐나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4월 28일 총선 투표를 실시하며, 그에 앞서 후보자들은 5주간의 유세 일정을 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나다 선거법상 애초 총선 날짜는 오는 10월 20일이었다.
캐나다 중앙은행과 영국 중앙은행 총재를 지낸 그는 중산층 세금 감면, 국가 재건 계획을 약속했으며 위기의 시기에 단결을 촉구했다.
카니 총리는 "여러분에게 투표를 요청드린다.
그래야 우리는 강한 캐나다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외신들은 카니 총리가 관세 위협, 미국의 51번째 주 도발 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캐나다에 대한 압박과 애국적 반발세에 힘입어 집권자유당의 지지율이 상승세인 분위기에 힘입어 조기 총선 카드를 꺼내 들었다고 해석했다.
WSJ는 "집권 여당인 자유당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선거에서 참패할 것처럼 보였지만, 트럼프가 미국의 가장 큰 무역 파트너 중 하나에 징벌적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이로 인해 캐나다 경제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유권자들의 우려로 인해 이제는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이 있는 입장이 됐다"며 "트럼프는 또한 경제적 힘을 사용하여 캐나다를 합병하자고 제안했는데, 이 위협은 애국적인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미국에 대한 여론을 고조시켰다"고 평가했다.
카니 총리는 이날도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맹공을 퍼부으며 국민들의 애국심을 자극했다.
그는 "트럼프 미 대통령의 부당한 무역 조치와 주권에 대한 협박으로 인해 우리는 일생일대의 가장 중대한 위기에 직면했다"며 "트럼프는 캐나다가 진짜 국가가 아니라고 주장하며 우리를 분열시켜 결국 소유하려 한다"고 했다….
카니 총리는 그러면서 "캐나다의 대응은 강력한 경제 기반을 세우고 더 안전한 국가를 건설하는 것이어야 한다"며 "미국이 우리를 차지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쥐스탱 트뤼도 전 총리가 9년여간 이끈 자유당은 고물가와 주택가격 상승 영향으로 유권자 불만이 커지면서 최근 지지도 하락을 겪어왔다.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이 신호탄을 쏜 관세전쟁 이전까지만 해도 보수당이 다음 총선에서 쉽게 승리를 거머쥘 것으로 관측됐다.
푸알리에브르는 트뤼도 전 총리 1월 초 사임하고 같은 달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할 때까지 여론조사에서 20%포인트의 편안한 우위를 누렸다고 파이낸셜타임즈(FT)는 전했다.
그러나 지난 1월 트뤼도 전 총리 사임 의사 발표 후 캐나다에서 반미 정서가 고조됐고, 최근 일련의 지지율 여론조사에서는 보수당과 자유당의 지지율이 근소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아바커스 데이터의 최근 여론조사에 따르면 보수당은 전국적으로 39%로 근소한 우위를 차지했고, 자유당은 36%로 그 뒤를 이었다.
트뤼도 정부의 핵심 동맹인 신민주당은 12%로 뒤처졌다.
다만 카니 총리가 이끄는 자유당과 피에르 포일리에브르 대표가 이끄는 보수당 중 어느 한쪽도 단독 과반 의석을 확보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최근 해산한 하원에서도 자유당 의석수는 과반에 미치지 못했다.
캐나다 보수당 대표 피에르 포일리에브르는 이날 "문제는 캐나다 국민이 네 번째 자유당 임기를 감당할 수 있느냐는 것"이라며 "자유당이 미약한 성장, 주택 비용 상승, 한때 존경받던 이민 제도의 손상, 국가의 자원 부문 프로젝트 좌절을 초래했다고 비난했다.
이번 총선에서 캐나다 유권자들은 2021년 총선 때의 338명보다 5명 늘어난 343명의 하원 의원을 선출한다.
이는 최신 인구조사 결과를 반영한 변화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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