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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정책 변덕에 달러 지고 유로 뜬다

지난해 미 대선 이후 줄곧 강세를 보여왔던 달러 가치가 최근 들어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어디로 튈지 모르는 경제·외교 정책과 경제침체 우려가 겹친 탓이다.
반면 달러화 대비 약세였던 유로화 가치는 최근 강세를 보이며 달러와 상반된 움직임을 보였다.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로화와 엔화 등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상대적 가치를 의미하는 달러지수(U.S. Dollar Index)는 지난 1월 초 110선에서 103대까지 밀리며 올 들어 4.41% 떨어졌다.
신흥국까지 포함한 1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낸 WSJ 달러지수도 이날 동부표준시 기준 오후 8시37분께 99.26으로 지난해 11월5일 미 대선일 이전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WSJ는 "트럼프 대통령은 수십 년 동안 지속돼온 지정학적 질서에 전례 없는 도전을 시작했다"며 이로 인한 잠재적인 희생자 중 하나가 바로 ‘미국 달러’란 해석을 내놓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동맹국과 이웃을 괴롭히는 것은 마가(Make America Great Again·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기반에 어필할 수는 있지만 불행히도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미국 경제 전망에 대한 확신이 약화됐고 금융시장은 침몰하고 있다"고 쓴소리했다.


미국 달러 약세 배경으로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쏘아 올린 관세전쟁 영향으로 무역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미국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다 이러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뉴욕 증시에서 자금이 빠르게 빠져나가고 있다.


달러 강세 흐름이 약화하는 사이 유로화 가치는 오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을 위한 세계 보안관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하자 유럽 주요국들이 군비 지출을 늘리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재정 확대가 유럽 경제 성장에 대한 기대를 높이는 동시에 투자 매력을 끌어올려 유로화의 강세를 이끄는 것이다.
이날 유로화 가치는 1.08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올 들어 유로화 가치는 5.11% 올랐다.


카슨그룹의 소누 바게스 글로벌 시장 전략가는 "이번 유로 강세는 코로나19 당시의 일회성 부양책과는 다르다"며 "지속적인 흐름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달러화 자산에 자금을 투입한 투자자들 속이 타들어 가는 것과 달리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달러화 약세 흐름을 반기고 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조업 활성화를 위해선 수출 시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약달러가 유리하다는 판단하고 있어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추진한 일련의 조치들이 달러 약세를 목표로 한 장기전략이란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달러 가치가 약해야 한다고 종종 주장했으며, 작년에는 달러 강세가 '우리 제조업체에 재앙'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월가에서는 달러 약세가 지속되면 여러 가지 경제적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일례로 달러 약세는 수입 물가를 상승시켜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일 수 있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여지를 제한할 수 있다.
아울러 미국 자산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면서 주가 하락과 국채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글로벌 투자금이 미국 이외 지역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도 제시됐다.
로버트 루빈 전 미국 재무장관은 "이 모든 상황이 불확실성을 만들지만, 한편으로 외국 기업과 투자자들이 미국 말고 달리 어디로 갈 수 있는지도 의문"이라고 반문했다.


WSJ도 "물론 달러가 엄청나게 하락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 이유 중 하나는 미국 이자율이 선진국의 다른 어느 곳보다 높아서 외국인 투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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