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작전 아직 진행… 가치 있어”
휴전 협상 개시 앞두고 막판 싸움 치열
러시아·우크라이나 간 휴전 협상 개시를 앞두고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주(州)가 막판 변수로 부상했다.
2024년 8월 러시아 국경을 넘어 쿠르스크로 쳐들어간 우크라이나군이 아직 일부 지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는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을 모두 몰아낸 뒤 협상을 하겠다는 속셈인 반면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내 점령지를 협상 카드로 활용하길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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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게티이미지 제공 |
현지의 우크라이나 부대가 러시아군 포위망 안에 고립된 처지라는 점을 내비친 푸틴은 “만약 그들이 무기를 내려놓고 항복한다면 생명과 존엄한 대우를 보장받을 것”고 말했다.
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르스크에서) 우크라이나군 수천명이 러시아군에 완전히 포위되어 매우 불리하고 열악한 상태에 놓여 있다”고 발언한 데 대한 반응으로 풀이된다.
트럼프는 “나는 푸틴 대통령에게 그들(우크라이나 장병)의 생명을 구해달라고 강력히 요청했다”며 “그렇지 않으면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는 끔찍한 학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푸틴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공감한다”며 우크라이나군의 항복을 촉구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즉각 반박했다.
우크라이나군 총참모부는 “우리 부대는 포위당하지 않았고 그럴 위험도 없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리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쿠르스크 지역의 전황은 분명히 매우 어렵다”는 말로 아주 절박한 처지라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는 “쿠르스크 작전은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2024년 8월 우크라이나군은 본토에서 러시아군과 맞서 싸우는 대신 러시아 영토인 쿠르스크로 진격했다.
이는 러시아 땅으로 전선을 확대해 러시아 시민들 사이에 반전 여론이 확산하게끔 하려는 의도로 풀이됐다.
당시 젤렌스키는 “우리는 침략자의 영토로 전쟁을 밀어낼 것”이라고 선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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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군에 의해 점령당했다가 최근 러시아군이 탈환한 쿠르스크 지역의 한 민가에 러시아 국기가 내걸려 있다. 러시아 국방부가 촬영해 서방 언론에 제공한 사진이다. EPA연합뉴스 |
한때 서울 면적의 2배가 넘는 1300㎢ 정도의 땅이 우크라이아군의 통제 아래로 들어갈 정도였다.
그러나 곧 러시아군이 대대적인 반격에 나섰다.
북한이 러시아에 파병한 1만여명의 병력 가운데 상당수도 쿠르스크 전선에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군이 피점령지 거의 대부분을 탈환한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최근에는 지난 7개월간 쿠르스크 내 우크라이나 점령군의 거점이던 수자(Sudzha) 마을도 러시아군 손아귀에 들어갔다.
그 직후 푸틴은 전투복 차림으로 쿠르스크의 러시아군 전방 지휘소를 방문해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으로부터 전황에 관한 보고를 듣고 장병들을 격려했다.
우크라이나가 쿠르스크 작전에 집착하는 것은 향후 러시아와의 평화 협상에서 자국군이 점령한 러시아 영토와 러시아군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을 서로 맞바꾸는 교환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쿠르스크 내 점령지가 젤렌스키에겐 아주 유용한 협상 카드인 셈이다.
러시아는 자국 영토를 카드로 한 협상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최근 쿠르스크를 찾은 푸틴은 “아직 쿠르스크에 남아 있는 우크라이나 부대를 모두 쫓아내라”고 명령했다.
러시아군이 쿠르스크를 완전히 수복할 때까지 평화 협상 개시는 없을 것임을 시사한 셈이다.
현재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서방 주요국들은 러시아에게 ‘30일간 휴전안’부터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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