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 입고 쿠르스크 간 푸틴… 휴전 주도권 ‘샅바싸움’세계일보 기사제공: 2025-03-13 18:21:26

우크라 침공 이후 처음 방문해
러시아軍 지휘소서 회의 주재
“이 지역 영토 완벽한 해방 기대”
종전 협상 유리한 고지 노린 듯
트럼프는 ‘제재 카드’로 옥죄기
“공은 러시아에 있다” 결단 요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장악했던 격전지 쿠르스크를 방문해 ‘영토 완전 수복’을 지시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 휴전안’을 합의한 가운데 쿠르스크를 탈환해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러시아가 휴전을 수용하지 않으면 제재 카드를 꺼낼 수 있음을 언급하며 압박에 나섰지만 실행에 나설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보란 듯… 녹색 군복 차림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가운데)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가 장악한 뒤 러시아가 영토 수복 중인 쿠르스크 지역의 군 지휘소를 방문해 군 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쿠르스크=타스연합뉴스

타스통신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은 이날 녹색 군복을 입고 쿠르스크에 있는 러시아군 지휘소를 방문해 회의를 열었다.
푸틴 대통령은 “쿠르스크에서 적을 패배시키는 임무가 완수되고 최대한 빨리, 완벽하게 이 지역 영토가 해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군 총참모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러시아군이 1100㎢ 이상의 영토를 탈환했다”며 “이는 적이 점령했던 지역의 86% 이상”이라고 보고했다.
특히 지난 닷새간 24개 마을과 259㎢의 영토를 되찾는 등 최근 반격이 성공적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이 완전 수복을 지시한 상황에서 러시아군은 이날 이 지역 주요 거점인 수자 중심부에 진입했다.
우크라이나군은 수자를 쿠르스크에서 점령한 마을들로 물자를 공급하는 거점으로 삼았다.
군 관계자는 리아노보스티통신에 “오늘 러시아연방 국기와 군부대 깃발이 수자 행정 건물 인근에 게양됐다”고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쿠르스크를 방문한 것은 우크라이나군 침공 이후 처음이다.
그는 이날 예정됐던 정부 경제회의를 미루면서까지 이번 일정을 강행했다.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휴전안을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내비친 셈이다.
애초 우크라이나는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해 향후 협상에서 영토 교환의 카드로 활용한다는 계획이었다.

전황이 유리한 러시아로서는 휴전이 우크라이나에 재무장 기회를 줄 수 있다는 판단을 하면서도, 취임 이후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위해 공을 들이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도 의식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블룸버그통신는 푸틴 대통령이 자신이 원하는 조건대로 휴전이 이뤄지길 원하며 합의까지 시간을 끌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친정부 성향 정치 분석가 세르게이 마르코프는 인터뷰에서 푸틴 대통령이 휴전에 동의하기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전달을 휴전기간 중단하는 등의 전제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이 러시아로 넘어갔다”며 푸틴 대통령에게 결단을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에 휴전 합의를 위해 압력을 가하거나 제재를 할 수 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할 수 있다”면서도 “필요하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는 “재정적으로 러시아에 매우 나쁜 조치를 할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에 파괴적일 것이다.
그러나 나는 평화를 바라기 때문에 그렇게 하고 싶지 않다”고 강조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