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개적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고 푸틴을 조롱한 러시아 유명 가수가 경찰의 수사를 받던 중 자택에서 추락사했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반정부 성향 독립 매체 모스코타임스, 키이우 인디펜던트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5일 러시아 싱어송라이터 바딤 스트로이킨(59)이 상트페테르부르크 시내 자택에서 아파트 10층 창밖으로 떨어져 숨졌다.

사고 당시 스트로이킨은 우크라이나군에게 자금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자택을 급습한 경찰들에게 압수수색을 당하고 있었다.
그는 "잠시 물 한 잔을 마시겠다"면서 부엌 쪽으로 갔다가 창밖으로 떨어졌으며 이내 숨진 채 발견됐다.
일부 러시아 매체는 그의 죽음을 극단적 선택이라고 보도했다.
스트로이킨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러시아 정부와 푸틴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다.
그는 2022년 3월에는 "이 바보(푸틴)는 형제 국가뿐 아니라 자국민을 향해서도 전쟁을 선포했다"며 "그의 죽음을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다만 그가 재판받고 감옥에 가길 원한다"는 게시물을 올렸다.
또 지난해 2월 러시아의 대표적인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시베리아 최북단 교도소에서 수감 도중 의문사한 소식이 전해졌을 때도 SNS에 푸틴 등 집권세력을 향해 욕설을 내뱉었다.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러시아 유명 인사들이 창문에서 떨어져 의문사했다.
사망한 이들 가운데에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난했던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수석 무용수인 유명 발레리노 블라디미르 슈클랴로프(사망 당시 39세)도 있다.
그는 지난해 11월 아파트 5층에서 떨어져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쟁 발발 직후 SNS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반대한다.
정치인은 민간인을 쏘거나 죽이지 말아야 한다"면서 "나의 할아버지와 증조할머니도 평생을 키이우에서 사셨다.
오늘 일어나는 모든 일은 눈물 없이 바라볼 수가 없다"고 썼다.
현지 매체들은 슈클랴로프의 죽음에 대해 사고라고 보도했다.
한편 러시아는 전쟁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거나 우크라이나 자선단체에 기부한 자국민들을 구금하고 징역형을 선고한다.
러시아에서 이러한 행위는 러시아 형법에 따라 반역죄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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