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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에서 허리를 다친 등산객을 기상 악화 등으로 구조할 수 없게 되자, 119구급대원들이 산비탈에서 함께 밤을 새운 뒤 이튿날 무사히 구조해 낸 사연이 전해졌다.
21일 연합뉴스는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를 인용해 지난 20일 오후 5시10분께 고양시 덕양구 북한산 염초1봉 인근에서 산악동호회 회원 일부가 부상을 입어 구조가 필요하다는 내용의 119 신고가 접수됐다고 보도했다.
동호회 회원인 60대 여성 A씨는 하산 중 비탈길에서 넘어져 허리를 다쳤고, 같은 동호회의 60대 남성 B씨도 기력 저하로 하산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신고받고 출동한 구급·구조대원들은 이날 오후 6시6분께 북한산 보리사 지점에서 등반을 시작해 50여분 만에 이들을 발견했다.
그러나 당시 구조 여건은 극히 좋지 않았다.
일몰과 강풍으로 구조 헬기 출동이 불가능했고, A씨는 허리와 목을 다쳐 들 것으로 하산하는 것도 위험했다.
특히 이들의 구조 요청 지점이 암벽 구간의 약 300m 급경사인데다, 노면이 이슬로 젖어있어 야간 구조가 더욱 어려운 상황이었다.
결국 소방 당국은 야간 구조가 어렵다고 판단, 이들과 밤새 '비박'을 한 뒤 이튿날 해가 뜨면 구조하기로 결정했다.
동호회원 6명 중 A, B씨를 제외한 4명은 어둠 속에서 119대원들의 도움을 받아 먼저 하산했다.
소방당국은 보온 장비 등을 갖춘 구조대를 추가로 투입해 A씨 등에 보온 조치를 했다.
또 구조대원들은 교대로 인근 초소를 오가며 패딩 등 보온장비에 의지해 구조자들과 함께 밤을 지새웠다.
이날 밤 북한산의 기온은 9도까지 떨어졌다.
사고 현장은 이른바 '릿지 구간'(바위를 높게 타고 넘어야 하는 구간)으로 바람이 거세 실제 체감온도는 훨씬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구조헬기는 다음날인 21일 일출 직후 출발해 오전 6시40분께 현장에 도착했다.
A씨와 B씨는 무사히 구조돼 인근 병원에서 옮겨져 치료받았다.
한편 소방청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전국 산악사고 구조 건수는 총 3만3236건으로, 25%가 9월과 10월 두 달에 집중되는 것으로 분석됐다.
소방청은 "가을철은 일교차가 크기 때문에 산행 전 기상정보를 반드시 확인하고 해가 지기 전에는 하산할 수 있도록 자신의 체력에 맞는 산행 코스를 선택해야 한다"며 산행 안전 수칙 준수를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imhj20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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