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서울 의대 교수 토론… 입장차만 재확인
정부 “2035년까지 의사 1만명 부족”
의료계 “의료 붕괴는 배치의 문제”
의대 2000명 증원 기존 입장 반복
장상윤 수석 향해 “거짓말” 고성도
하반기 전공의 모집 합격자 73명
수도권·강원 56명… 영남·충청 12명
의료계와 대통령실이 의·정 갈등 이후 처음으로 마주 앉아 대화했지만 의대 2000명 증원에 대한 기존 입장만 재확인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전공의·의대생이 빠진 대화는 의미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울대의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는 10일 서울대의대 융합관에서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를 주최했다.
정부 측 패널로는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과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 의료계에서는 강희경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장과 하은진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원이 참석했다.
 | 정부·의료계 손은 잡았는데…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융합관에서 열린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에서 정경실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추진단장(왼쪽부터), 장상윤 대통령실 사회수석비서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장, 하은진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원이 손을 맞잡고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
비대위는 누가 옳은지에 대한 토론이 아닌 문제 해결을 위한 ‘숙론’을 지향한다고 밝혔지만, 양측은 토론회에서 ‘2000명 증원’에 대한 각자 입장만 반복했다.
정부 측은 2000명 증원이 과학적 근거에 기반했다고 주장했다.
장 수석은 연구보고서 3개가 동일하게 2035년까지 의사 1만명이 부족한 것으로 추계했다면서 “보고서의 비현실적인 가정을 보완하면 최소 4000명 이상 증원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부가 줄곧 2000명은 필요한 최소한의 숫자라고 말해온 것”이라고 말했다.
 | | 사진=연합뉴스 |
의료계는 현재의 지역의료·필수의료 붕괴는 배치의 문제라고 반박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필요한 곳에 의사가 가도록 해야 한다”며 의사를 늘릴 경우 국민의 의료 이용량이 늘어 건강보험 재정에 문제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토론회 사회를 맡은 유미화 녹색소비자연대 상임대표가 “소비자들은 의사 수가 늘어나면 비용이 얼마나 느는지가 관심”이라고 되묻자 장 수석은 “건보료율을 올리지 않겠다는 얘기는 아니다.
다만 급격하게 증가하진 않고 건보 재정에서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토론이 이뤄진 단상 아래에서는 의료계와 정부를 향한 강도 높은 비난이 오갔다.
의사 가운을 입은 한 참석자는 장 수석을 향해 “거짓말”이라거나 “네가 그렇게 말하면 맞는 거니”라고 고성을 쳤다.
경기도의사회는 “장 수석은 조규홍·박민수(복지부 장·차관)와 함께 의료농단의 주범으로, 그들은 의료계가 파면을 요구하는 첫 번째 대상이고 감방에 가야 할 사람이지 의료계가 한가로이 대화할 사람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의료 농단 주범들과 야합하는 이적행위를 즉각 중단하고, 전공의 한 명이라도 건드리면 강력히 투쟁하겠다던 약속을 지켜 최후의 투쟁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융합관에서 정부와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비대위의 '의료개혁, 어디로 가는가' 토론회가 열리고 있다.
뉴시스 |
의료정책연구원은 이날 발간한 정책현안분석 보고서를 통해, 정부가 2000명 증원을 발표하면서 “2000년대 초 의약분업 도입 이후 의료계 달래기용으로 의과대학 입학정원이 감축됐다”고 언급한 데 대해 “당시 의대 정원 감원은 1990년대 이전부터 이뤄진 무리한 의대 신·증설과 이로 인한 의사 공급 과잉을 우려하는 연구 결과, 의학교육의 부실 문제 등으로 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정부는 지금이라도 잘못된 정책 방향을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서 73명이 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125명이 지원해 73명이 선발됐다.
선발된 전공의들은 지역별로 서울·강원·경기·인천 56명, 부산·울산·대구·경북·경남 7명, 충북·충남·대전·세종 5명, 광주·전북·전남·제주 5명으로, 수도권에 집중됐다.
합격률은 58.4%로 예년과 큰 차이가 없었다.
2023년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는 202명이 지원해 120명(59.4%)이 합격했고, 2022년에는 213명 지원에 128명(60.1%)이 합격했다.
앞서 정부는 하반기에 전공의 7645명을 모집하겠다고 7월에 공고했지만, 지원자는 125명에 그쳤다.
조희연·정재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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