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타고 있던 항공기 격추
2023년에야 시신 신원 확인돼
알링턴 국립묘지서 영면 들어
베트남 전쟁 당시 작전 도중 실종된 미국 해병대 장교가 51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아버지와 작별했을 때 겨우 2살이던 딸이 이제 50대 중년 여성이 돼 유족을 대표해 고인의 장례식을 지켜봤다.
 | 7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월남전 참전용사 로널드 포레스터 해병 대위(전사 당시 25세)의 장례식이 열려 미 해병대 장교가 고인의 관 위에 놓였던 성조기를 유족 대표인 딸 카로니 포레스터에게 전달하고 있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
9일(현지시간) 미 국방부에 따르면 월남전 참전용사 로널드 포레스터 대위가 유해의 신원 확인이 이뤄져 가족에게 인도된 뒤 지난 7일 수도 워싱턴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영면에 들었다.
포레스터는 1972년 12월27일 북베트남 상공에서 타고 가던 A-6 인트루더 공격기가 격추를 당하면서 실종됐다.
당시 그의 나이 25세였다.
전사가 확실시됐지만 시신이 수습되지 않았기에 미군 당국은 그를 ‘작전 중 실종’(MIA: Missing In Action) 상태로 분류했다.
포레스터 대위의 딸 카로니 포레스터는 당시 겨우 2살이었다.
아버지 없이 어머니 슬하에서 10대 소녀로 성장한 카로니는 미 국방부 전쟁포로·실종자 확인국(DPAA)이라는 기구의 존재를 알게 됐다.
DPAA는 제2차 세계대전부터 시작해 미국이 치른 각종 전쟁에서 실종된 장병들의 유해를 찾아내 가족 곁으로 돌려보내는 곳이다.
주로 유전자(DNA) 분석 기술을 활용해 전사자로 추정되는 시신의 신원을 파악하는 작업을 한다.
카로니는 DPAA에 자신의 DNA 시료를 제출하고 검사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는 이들의 모임에 참여했다.
그들은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는 심정으로 좋은 소식이 들려오길 고대하며 서로 연대하고 있었다.
행여 DNA 검사 결과 누군가의 가족으로 확인됐다는 연락이 DPAA로부터 오면 모두가 자신의 일인 양 기뻐하며 축하해줬다.
그리고 함께 장례식에 참석해 고인의 영면을 기원하며 아울러 유족을 위로했다.
 | 미국 월남전 참전용사인 로널드 포레스터 해병 대위가 어린 딸 카로니를 안고 있는 모습. 1972년 12월 포레스터 대위가 북베트남에서 작전 도중 실종됐을 때 카로니는 겨우 2살이었다.
포레스터 대위는 최근에야 시신의 신원이 확인돼 딸의 품에 안겼다.
미 국방부 홈페이지 |
2023년 12월5일 마침내 카로니에게도 기적이 찾아왔다.
DPAA에서 “아버지 포레스터 대위의 유해를 확인했다”는 통보가 날아든 것이다.
미군 당국은 지난 4일 메릴랜드주(州) 볼티모어에 사는 카로니 측에 포레스터 대위의 유해를 인도했다.
그리고 사흘 뒤인 7일 알링턴 국립묘지에서 장례식이 엄수됐다.
카로니 등 유족은 물론 전부터 카로니와 친하게 지낸 지인 여럿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포레스터 대위에겐 도널드 포레스터라는 이름의 쌍둥이 형제가 있다.
도널드는 조카 카로니를 가리켜 “평생 아버지를 찾기 위해 노력했고 또 다른 지인들이 가족을 찾는 데에도 도움을 줬다”며 “정말 자랑스러운 아이”라고 말했다.
이제는 70대 노인이 된 도널드는 “내 평생 형제의 관(棺) 옆에 서서 그 장례식을 지켜보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다소 흥분한 모습을 보였다.
미 국방부는 “포레스터 대위의 긴 여정은 마침내 마무리되었지만, 아직도 사랑하는 사람이 어서 돌아오기만을 바라며 기다리는 가족이 많다”고 밝혔다.
DPAA에 따르면 베트남 전쟁의 경우 1500명 넘는 미군 장병이 여전히 실종 상태로 있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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