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 입니다.

인기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2'의 명장면을 꼽을 때 꼭 빠지지 않는 씬이 있다.
주인공 장난감인 '우디'를 공들여 수선하는 장면이다.
노련한 기술공이 실과 바늘, 물감과 면봉까지 동원해 낡은 봉제 인형을 새 장난감처럼 탈바꿈하는 모습은 일종의 카타르시스마저 느껴지게 한다.

그런데 작중 이두를 수선한 기술공은 창작물에만 등장하는 직업이 아니다.
미국·일본 등 인형 산업의 역사가 오랜 곳에선 인형만 전문적으로 수리하는 일명 '인형 의사(Doll Doctor)'가 있으며, 억대 연봉을 손쉽게 올리는 전문직으로 대우받는다고 한다.

인형 의사의 탄생 경위를 이해하려면 먼저 미국 인형 산업의 역사를 알아야 한다.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에 인형 장난감이 도입된 건 19세기 중반으로, 독일계 근로자들이 북미 땅에 '비스크 돌'이라는 장난감을 가져오면서부터다.
비스크 돌은 원래 프랑스, 독일 등 유럽 대륙에서 시작된 수집용 장난감인데, 북미에 상륙한 뒤로는 미국 어린이들에게도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미국이 호황기를 맞은 20세기에 인형을 위시한 장난감 제조업은 나라 일자리를 책임지는 초대형 산업으로 거듭났다.
지금은 글로벌 완구 업계의 아이콘이 된 마텔, 해즈브로 같은 기업도 20세기 초중반에 탄생한 회사다.
150년 넘는 역사에 걸쳐 수많은 종류의 인형이 뜨고 진 나라인 만큼, 오늘날 미국에서 인형은 단순한 장난감 수준을 넘어 고가 수집품이자 전시품으로 취급받는다.

그러나 인형은 본래 내구성이 좋은 상품이 아니다.
아이가 가지고 놀다가 팔·다리가 부러지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모될 수도 있다.
역사가 오랜 인형은 일반인의 실력으로 섣불리 수선할 수도 없다.
이런 파손된 인형들을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바로 인형 의사다.
미국 인형 의사들은 '전미 인형 의사 협회'에 소속돼 직접 병원을 차리거나, 의뢰자로부터 수선 업무를 수주받아 돈을 번다.

인형 의사는 비스크 돌 인형부터 플라스틱 소재로 만들어진 현대적 완구에 이르기까지, 모든 인형을 수선할 줄 알아야 한다.
즉, 목재와 천, 솜, 도자기, 합성수지를 다룰 줄 알아야 하며 빼어난 바느질 솜씨는 물론 색채 감각까지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인형 수선 작업은 하나의 예술품 복원 작업에 더 가깝다고 한다.

프리랜서에 가까운 직업인 만큼 인형 의사의 수입은 일정하지 않다.
다만 인형 의사 협회가 추산한 회원 수입 분석 자료를 보면, 일반적으로 미국 인형 의사는 1인당 연간 8만6394~11만1257달러를 번다.

아시아권에도 인형 병원이 있다.
일례로 일본에는 '오모차 병원', 혹은 '누이구루미 병원'이라 불리는 전문 수선 센터가 있다.
이곳은 마치 실제 병원처럼 예약, 접수, 진료 과정을 거쳐 인형을 고치는 콘셉트로 유명하다.

한국에도 소수의 인형 의사가 인스타그램 다이렉트메시지(DM), 카카오톡 등을 통해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 인형 의사는 보통 재봉 인형 수선을 주로 맡으며, 의뢰자들은 대부분 일반인 인형 애호가들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