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혐의는 수사 필요함에도 진행하지 않아”
 |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홍보 애니메이션 중 문제 삼아진 장면 일부. 논란이 되자 비공개 처리됐다.
메이플스토리 엔젤릭버스터 캡처 |
경찰이 넥슨 게임 홍보영상에 ‘집게손’ 모양을 몰래 그려 넣었다며 엉뚱한 사람을 사이버불링(온라인 괴롭힘) 한 이들에 대한 고소 사건을 불송치(각하)한 것과 관련해 재수사 방침을 밝혔다.
7일 서울 서초경찰서는 “최근 각하 결정한 일명 ‘집게 손’ 관련 명예훼손 등의 사건을 검토한 결과 각하 결정한 것은 미흡한 결정이었음을 인정한다”고 시인했다.
경찰은 "일부 혐의에 대해서는 수사가 필요함에도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경찰이 재수사할 수 있도록 검찰에 요청해 신속하고 공정하게 재수사를 진행하겠다”고도 전했다.
이른바 ‘넥슨 집게손’ 사건은 지난해 11월 제작사 ‘스튜디오 뿌리’가 넥슨 등 게임사에 납품한 홍보 영상에 소위 ‘남성 혐오’의 상징인 집게손 동작이 있다며 논란이 된 일이다.
일각에서는 하청업체의 여성 애니메이터인 A씨가 의도적으로 그림을 삽입했다는 주장이 잇따랐다.
이후 온라인상에는 A씨의 개인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그를 향한 성적 비하 등 인신공격성 글이 확산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그림은 A씨가 아닌 40대 남성 에니메이터가 그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A씨는 지난 6월 온라인 게시글 41건에 대해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고소 한 달여만인 지난달 24일 A씨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에 대한 게시글을 올린 사람들을 정보통신망법(명예훼손), 성폭력범죄처벌법(통신매체이용음란) 등 혐의로 고소한 사건을 불송치(각하)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경찰은 불송치 경찰서에서 “피의자들이 고소인들을 상대로 비판하는 것은 논리적 귀결이 인정된다”고 했다.
이어 “(A씨가) 페미니스트를 동조하는 듯한 트위터 글을 게시한 사실이 있다"며 “피의자들은 A씨 등 특정 인물에 대한 비판이라기보단 극렬한 페미니스트들의 부적절한 행위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표명하는 과정에서 다소 무례하고 조롱 섞인 표현을 사용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현재 대한민국에서 ‘집게 손가락 동작’을 기업 광고에 사용하는 것은 금기시되는 것이 현재의 풍토”라고 덧붙였다.
경찰의 이런 조치를 두고 “경찰이 피해자 보호가 아닌 가해자 편을 들었다”며 각계에서 비판이 쇄도했다.
경찰청에는 해당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는 민원이 쏟아졌다.
정치권 등에서도 재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정의당은 “그동안 경찰은 부실한 피해자 보호로 비판을 받아 왔다”며 “그런데 이러한 비판도 모자라 페미니스트 또는 페미니즘에 동조한 사람은 온라인 괴롭힘을 받아도 상관없다는 명백한 차별선언을 자행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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