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 뒤 숙소서
하마스 “이스라엘 소행… 보복할 것”
이란 “선전포고”… 이스라엘·‘저항의 축’ 전면전 우려
팔 가자지구 휴전·인질 협상 핵심 인물
이란, 수도 한복판서 암살에 강력 반발
즉각 최고국가안보회의 열고 대응 나서
페제시키안 “비겁한 살인 대가 치를 것”
이스라엘, 공식 논평 없이 “상황 평가”
美 국방 “따로 할 말 없어”… 확전 경계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서열 1위인 정치국 최고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 31일(현지시간) 이란 수도 한복판에서 암살됐다.
이란은 자국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분노했고,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소행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지난해 10월7일부터 하마스와 이스라엘의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하니야가 이란에서 살해되면서 이스라엘과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저항의 축’ 간 전면전 가능성마저 제기되는 등 중동 정세가 격랑에 휩싸이게 됐다.
 | | 이슬람 무장단체 하마스 서열 1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 로이터연합뉴스 |
31일 외신 등에 따르면 하마스는 텔레그램 성명을 통해 하니야가 이날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이란혁명수비대(IRGC)도 성명을 내고 하니야가 공습으로 사망했다고 확인했다.
하니야는 전날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차 하마스, 레바논의 헤즈볼라, 예멘 반군 후티 등 이란을 중심으로 한 반서방·반이스라엘 성향의 친이란 이슬람 무장세력 ‘저항의 축’ 관계자들과 함께 이란을 방문, 테헤란에 머물고 있었다.
IRGC 성명에 따르면 하니야는 페제시키안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한 후 숙소에서 경호원과 함께 살해됐다.
영국 가디언은 암살이 31일 오전 2시쯤 발생했으며, 숙소 건물이 ‘공중 발사체’의 폭격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팔레스타인 난민촌에서 태어난 하니야는 하마스 고위 지도자 중 한 명이다.
2007년 하마스가 일방적으로 가자지구를 통치하며 가자지구의 하마스 지도자를 맡았고, 2017년 5월 하마스 정치국장으로 선출된 뒤 카타르에서 생활해왔다.
미국은 2018년 하니야를 테러리스트로 규정했다.
 | 피살 전… 이란 대통령 취임식 참석한 하니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서열 1위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야(가운데 검은 정장)가 암살당하기 전날인 30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열린 마수드 페제시키안 신임 이란 대통령의 취임식에 참석해 활짝 웃고 있다.
테헤란=로이터연합뉴스 |
하니야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쟁 휴전 및 인질 협상의 핵심 인물로 이집트, 카타르, 미국 등이 중재하는 협상에 하마스 대표로 참여해 왔다.
하니야 암살로 중동 긴장은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이란의 국내외 안보 정책을 총괄하는 최고국가안보회의(SNSC)는 하니야가 살해되자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 관저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NYT는 이란 소식통을 인용해 IRGC 고위 지휘관과 친이란 무장세력 네트워크를 감독하는 IRGC 산하 쿠드스군 총사령관 등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IRGC 고위급 인사는 이란에서 하마스 지도자를 겨냥한 공격이 일어난 것을 두고 이란에 대한 선전포고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란 정부는 이스라엘을 비난하며 이란의 지원을 받는 무장 단체의 보복을 촉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란 국영 언론을 통해 “하니야의 피는 헛되지 않을 것”이라며 “테헤란에서 일어난 하니야의 순교는 이란, 팔레스타인, 저항세력 사이의 깊고 뗄 수 없는 결속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마스도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에 대한 보복을 다짐했다.
하마스 정치국 고위 인사인 무사 아부 마르주크는 “비겁한 그들(이스라엘)의 행동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 경고했고, 사미 아부 주흐리 하마스 대변인은 “우리는 알쿠드스(예루살렘의 아랍어 지명)를 해방하기 위한 전면전을 전개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어떤 대가도 치를 각오가 됐다”고 말했다.
 | 지난 30일(현지시각) 레바논 베이루트 남부 교외에서 한 남성이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파괴된 건물 잔해를 살피고 있다.
AP뉴시스 |
하마스와 이란의 발표가 맞다면 이스라엘이 이란 본토를 직접 공격한 것은 지난 4월19일 이후 103일 만으로 이번이 두 번째다.
이스라엘이 전날 저녁 자국 점령지 골란고원 축구장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레바논 수도 베이루트를 공습, 헤즈볼라 최고위 지휘관인 푸아드 슈크르를 제거한 지 불과 몇시간 만에 이란 심장부까지 타격한 셈이다.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은 취임 직후 동맹국을 보호하지 못한 중대한 안보 불안에 직면하게 됐다.
페제시키안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향해 “‘비겁한 살인’으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NYT에 따르면 이란 관리들은 이번 암살 사건으로 큰 충격을 받았으며, 이를 이란의 안보 평판에 큰 타격을 입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스라엘은 하니야 사망과 관련해 공식 반응을 내지 않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오전 8시쯤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국방부 산하 민방위 사령부의 방어 지침에는 변화가 없다”며 “상황 평가를 진행 중이며 변경 사항이 있을 시 대중에게 업데이트하겠다”만 밝혔다.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은 하니야 피살에 대해 “따로 할 말이 없다”며 “전쟁은 불가피하지 않다.
외교를 위한 공간과 기회는 항상 있다”고 확전을 경계했다.
전문가들은 하마스 지도자의 사망이 하마스에 ‘큰 타격’을 입혔지만 하마스를 와해시키진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마스와 가까운 분석가인 이브라힘 마드훈은 NYT에 하마스는 이전에도 아메드 야신과 압델 아지즈 란티시 등의 죽음으로 비슷한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다며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가 살해된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레드라인(저지선)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
<본 콘텐츠의 저작권 및 법적 책임은 세계일보(www.segye.com)에 있으며, 뽐뿌는 제휴를 통해 제공하고 있습니다.>
|
|
등록안내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