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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발 물러선 검찰총장… ‘진상파악 연기 요청’ 일부 수용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4-07-24 19:10:00

‘金여사 수사팀’ 검사들 반발 확산에
“차분하게 진상파악 진행” 템포 늦춰
총장 패싱 등 檢 내부시각도 엇갈려
수사 끝난 후 책임자 조치 가능성

대검찰청이 김건희 여사 조사 진상 파악 과정에서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의 의견을 일부 수용하기로 결정했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수사에 지장을 준다”는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과 일선 검사들의 반발에 한발짝 물러선 모양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 감찰부는 “서울중앙지검의 수사에 지장을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차분하게 진상 파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날 “서울중앙지검과 조율해서 진상 파악 절차는 계속 진행하겠다”는 입장에서 좀 더 물러난 셈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이 2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은 전날 이 총장에게 “현재 수사팀이 많이 힘들어하고 있고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상 파악 시기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는데, 이 같은 요청을 대검이 일부 수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지검장이 이런 요청을 하기 전에 대검 감찰부는 중앙지검 지휘부에 대한 ‘면담 조사’를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가 전날 이 지검장과 김 여사 사건 지휘 라인에 있는 서울중앙지검 1·4차장을 각각 면담하겠다고 요구했다고 한다.

김 여사 조사를 진행한 일선 검사들은 대검 감찰부의 움직임에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 총장이 ‘법불아귀(法不阿貴·법은 신분이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는다)’라는 단어를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불공정한 수사를 한 것처럼 표현한 데 대해 수사팀 검사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 수사팀에 파견됐던 김경목 부부장(사법연수원 38기)은 사표를 제출하기까지 했다.
중앙지검에서는 이와 관련해 “조사가 성사되기까지 그만큼 고생했고, 그만큼 서운했다는 의미 아니겠느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연합뉴스

이 같은 반발에 대검은 당혹스러운 눈치다.
대검 관계자는 “김 부부장검사는 훌륭한 검사이고 열심히 일한 검사들에게 책임을 묻고자 하는 게 아니다”라며 ‘감찰’이 아니라 ‘진상 파악’에 나선 것이라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 김 여사 ‘안방조사’와 ‘총장 패싱’ 문제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이 총장은 대통령경호처 부속건물에서 김 여사에 대한 조사를 진행한 걸 ‘특혜’로 간주한 반면, 현직 영부인에 대한 대면조사를 성사시키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는 게 중앙지검 측 입장이다.

한 검사장급 검사는 “김 여사를 검찰청으로 소환하면 그 사실이 공개돼 공보규정상 비공개 조사 원칙에 반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청에 나와 조사를 받는 게 원칙이겠지만, 신분의 특수성으로 인한 경호 문제 등을 고려하면 제3의 장소에서 조사하는 게 원칙에 완전히 반한다고 보긴 어렵다”고 평가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김 여사의 조사가 끝나기 2시간 전 이 총장에게 이 같은 사실을 ‘사후 보고’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국회 압수수색 등 중요 인물에 대한 수사를 대검에 사전 보고할 경우 정보가 새어나가 수사에 지장이 있을 수 있고, 대검도 이런 경우 사후 보고를 하라고 지시해왔다는 것이다.
다만 대검 관계자는 “검찰총장은 사건에 대한 구체적인 지휘권이 있고 주례회의 때 김 여사 조사에 대해 사전 보고를 하라고 지시했다”며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대검은 이 지검장이 총장의 이런 지휘를 위반했다고 본다.

대검이 한 발 물러나면서 김 여사 대면 조사에 관한 진상 파악에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수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진상 파악 시기를 연기해달라는 이 지검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김 여사에 대한 수사가 마무리된 뒤 진상 파악과 책임자에 대한 조치가 이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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