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벼운 ‘해프닝’ 아냐…재발방지 대책 마련할 것”
민주노총 금속노조 HD현대중공업지부가 노조 소식지를 통해 회사 홍보물에 이른바 ‘집게손’ 이미지가 사용됐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원색적인 여성혐오 발언을 실었다가 논란이 일자 해당 내용을 삭제했다.
12일 발간된 현대중공업지부의 소식지 ‘민주항해’ 3201호를 보면, 현대중공업지부는 조선소에 설치된 회사의 안전 관련 포스터를 두고 “수구 꼴페미의 나쁜 광고 즉시 철거하라”고 요구했다.
현대중공업지부는 “한국 사회에서 끊임없이 논란을 일으키며 소동을 부리는 수구 꼴페미들의 남성비하 광고”라며 “얼마 전 논란이 된 ‘르노’ 광고 또한 많은 논란이 뒤따랐다”고 언급했다.
해당 포스터에는 ‘내일은 더 안전한 하루! 현대중공업 여러분, 365일 안전하세요’라고 적혀 있다.
포스터 하단에는 ‘Tomorrow(내일)’이라고 적힌 푯말을 엄지손가락과 둘째손가락으로 든 이미지가 합성돼 있다.
이를 두고 엄지와 집게를 벌린 손동작을 남성 비하 의미로 사용했다는 이른바 ‘집게손’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노조는 혐오 표현을 쓰며 비난을 이어갔다.
“한국 사회에 퍼져가고 있는 페미들의 불장난이 현대중공업 야드에 등장해서야 되겠는가”라며 “페미들은 병원에서 정신과 진료받게 하고 약물 처방으로 격리시키면 되지만 건강한 사람들에게 불식간에 무비판으로 볼 수밖에 없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며 해당 안전 홍보물을 즉각 철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조가 지적한 광고를 보면 일부 여초 커뮤니티에서 남성 비하를 표현하는 집게손 모양과는 다소 차이가 있다.
남성 신체 특정 부위의 크기가 작다고 비하하려는 의도의 손 모양으로 보기에는 두 손가락 간격이 많이 벌어져 있는 것이다.
소식지에 논란이 일자 금속노조 여성위원회는 이날 사과문을 올려 “현대중공업지부에서 발행한 ‘민주항해-3201호’로 인해 상처받으신 모든 노동자, 민중, 연대단위 동지들께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위원회는 “소식지에 여성, 장애인, 정신질환자, 한센병 환자 등을 혐오하는 말들로 가득 차 있다”며 “노조에서 사측을 규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벼운 ‘해프닝’으로 취급할 수 없는 표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런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며 "조합원들이 여성과 사회적 약자, 소수자의 인권과 권리를 존중하고 함께 연대할 수 있도록 보다 현장에 밀착하여 성인지 교육, 인권 교육을 확대하겠다"고 강조했다.
백호선 현대중공업 지부장은 “다소 과격하고 지나친 표현에 대해 유감임을 밝힌다.
본의 아니게 마음의 상처를 받으신 분들에게 유감을 표한다”고 입장을 냈다.
백 지부장은 “여성과 여성운동에 대해 조금의 비하 의도가 없었다.
분단 사회 70여 년, 재벌 독재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이만큼의 민주화된 기저에는 여성운동의 역할의 지대함을 잘 알고 있다”면서 “(여성운동이) 충분히 존중 받아야 되고 털끝만큼도 그 위상에 흠집이 생겨서도 안 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현재 현대중공업지부 홈페이지에 ‘최종 수정’으로 올라와 있는 소식지엔 해당 내용이 삭제된 상태다.
강나윤 온라인 뉴스 기자 kkang@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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