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전취식을 요구하는 노숙인에게 밥을 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영업자를 비난했던 손님이 정작 노숙인의 곁을 지날 때 "냄새난다"며 핀잔을 줬다는 사연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노숙인에게 밥 안 주면 야박한 식당인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고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라고 밝힌 작성자 A씨는 "제 가게는 오후 6시에 오픈한다.
여느 때처럼 오후 1~2시에 출근해서 가게를 청소하고 밑반찬을 준비하는 등 손님 맞을 준비에 열중해 있는데, 오후 4시쯤 행색이 안 좋고 냄새가 나는 50~60대 남성 손님 B씨가 다짜고짜 식당으로 들어와 '배고프니 밥을 차려서 오라'며 요구했다"고 운을 뗐다.

B씨의 말을 들은 A씨는 다소 황당한 심정이었지만, '오죽 배가 고팠으면'이라는 생각으로 하던 일을 모두 미뤄놓고 나물 반찬과 된장찌개, 갈치 등이 올라가 있는 푸짐한 한 상을 차려 내놨다.
하지만 A씨의 노력에도 B씨는 "고기를 달라"고 요청했고, A씨는 "가게 오픈 전이라 숯불을 안 피워서 지금은 고기를 구울 수 없다.
숯불은 가게 오픈 20분 전부터 피운다"라며 "저희 딸도 제가 워낙 바쁘니 집에서 물 말아서 김치만 놓고 먹는다.
이 정도면 돈 안 받는데도 충분히 차려드린 거다"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이에 B씨는 "고깃집에서 고기를 못 굽는다는 게 말이 되냐"라고 버럭 화를 내더니 공깃밥을 3개나 추가해 먹고는 인사도 없이 식당을 떠났다.

주변 가게 사장들은 A씨에게 "(B씨가) 사지랑 정신 모두 멀쩡한데, 일 안 하고 길거리에서 먹고 자고 구걸해 가며 생활하는 사람이니까 절대 가게에 들이지 말라"며 "가게에 들이면 손님들이 보고 비위생적으로 생각해서 싫어한다.
사장이 순진해 보이면 매일 찾아오니 조심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는 며칠 뒤 또다시 A씨의 가게를 찾았다.
B씨는 처음과 마찬가지로 빈 테이블에 앉은 뒤 "배가 너무 고파서 밥 한 끼만 얻어먹고 가겠다"며 맡겨놓은 듯 밥을 요구했다.
하지만 A씨는 "안 된다"고 단호하게 거절하며 B씨를 쫓아냈다.
그러자 옆 테이블에서 고기를 먹던 모녀 손님은 "사장님 너무 야박하시다.
고기 원가 얼마 하지도 않는데 그거 아껴서 얼마나 부자 되시려고 하는 거냐"라며 A씨를 비꼬았다고 한다.

모녀 손님의 핀잔에 서빙을 돕고 있던 A씨의 딸은 "이 남성분이 우리 가게에 와서 계속 고기 달라고 하면 앞으로 손님이 계산해주실 거냐"고 따져 물었고, 모녀 손님은 "말을 참 얄밉게 한다"고 딸을 흉보더니, 가게를 나가면서는 "부자 되시길 바랍니다"라면서 끝까지 A씨를 나무란 뒤 가게를 떠났다.

A씨는 "모녀 중 엄마 되시는 분이 남성이 앉아 있던 테이블 근처를 지나가다 '아이고, 이게 무슨 냄새야'라고 말하는 걸 들었다"라며 "본인도 냄새나서 인상을 찌푸리더니, 노숙인을 (가게에) 들이라는 말을 어떻게 그렇게 쉽게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어 "제가 자선단체도 아니고, 엄연히 장사하는 사람인데 영업장에 노숙인 오는 거 다 받아주고, 돈 안 받고 고기 구워주는 게 당연한 거냐"라며 "정작 자기 돈으로 사줄 생각은 못 하면서 남에게만 희생정신을 강요한다"라고 토로했다.
또 "입으로 착한 척은 누가 못하겠나"라며 "말뿐인 봉사는 너도나도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해당 사연을 접한 누리꾼들은 "아무래도 저 노숙인은 계속 A씨 식당에 찾아올 것 같다", "입만 산 사람들이 워낙 많다", "노숙인보다 모녀가 더 얄밉다", "베푸는 건 베푸는 사람 마음이지", "사지 멀쩡하고 정신도 멀쩡한데, 굳이 밥을 차려 줄 이유가 있냐", "처음부터 거절했어야 한다", "그렇게 안쓰러우면 자기가 노숙인 밥값까지 내던가"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