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여사 명품백 의혹’ 2차조사
“尹 취임 만찬 초대에 대한 선물
명품백은 金 만나려는 수단” 주장
조사 전엔 “다 청탁”… 입장 뒤집어
尹 직무 관련 청탁 여부 쟁점 속
金여사 사법처리 사실상 어려울 듯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에게 청탁을 위한 금품을 제공한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샤넬 화장품 선물은 윤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에 초대한 데 대한 순수한 감사의 의미였다’는 취지로 검찰 2차 조사에서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로 김창준 전 미국 연방 하원의원을 국정자문위원으로 임명해달라는 등의 부탁을 한 것 역시 청탁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최 목사가 청탁 목적을 모두 부인한 가운데, 검찰이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해 대통령실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할지 주목된다.
4일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지난달 31일 최 목사에 대한 2차 조사에서 “샤넬 화장품은 ‘순수한 감사’의 의미로 준 것이고 나머지 선물은 김 여사를 ‘만나려는 수단’으로 준 것”이라는 진술을 확보했다.
2022년 6월 김 여사에게 180만원 상당의 샤넬 화장품과 향수를 건낸 것은 같은 해 5월 자신을 윤 대통령 취임 기념 국빈 만찬에 초대해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였고, 나머지는 김 여사를 만나서 잠입취재하기 위해 건넸다는 뜻이다.
최 목사는 검사로부터 ‘선물의 목적이 청탁이라기보다는 김 여사를 만나기 위한 수단이었던 것 아니냐’는 등의 질문을 받고 이같이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 최재영 목사가 지난 5월 3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재소환되고 있다.
연합뉴스 |
최 목사는 선물을 건네기 전후로 김 여사에게 △통일TV 송출 재개 △김 전 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김 전 의원 사후(死後) 국립묘지 안장 등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모두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 목사는 샤넬 화장품을 건넨 날 김 전 의원을 국정자문위원에 임명해달라고 청탁했다는 의혹에 대해선 “국정자문위원이라는 자리는 존재하지도 않는다”고 했고, 통일TV 송출을 재개해달라는 요청에 대해선 “(2022년 9월) 디올 백을 건넨 후 한참 지난 때(지난해 7∼9월) 부탁한 것”이기 때문에 청탁이 아니라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디올 백을 건넨 후 김 전 의원을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부탁을 하고 나서 2022년 10월17일 대통령실 관계자로부터 온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대통령실 관계자가 (국립묘지 안장의) 절차만 안내한 것뿐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 목사는 2차 조사 직전 취재진을 만나 “모든 건 다 청탁이었다” “제가 청탁을 한 건 맞다”고 말했는데, 검찰 조사에서 이런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앞서 인터넷 언론 서울의소리는 김 여사와 최 목사 간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을 공개하며 최 목사가 김 전 의원 국정자문위원 임명 등을 청탁했다고 주장했다.
또 최 목사가 디올 백을 선물하며 국립묘지에 안장해달라는 김 전 의원의 청탁을 전달했는데, 이와 관련해 대통령실 조모 과장으로부터 실제 연락을 받았다며 최 목사와 조 과장의 통화 녹음 파일도 공개했다.
서울의소리는 이 같은 정황을 근거로 최 목사로부터 청탁 목적의 금품을 받은 김 여사가 대통령실 등에 영향력을 행사했고, 이는 김 여사가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수수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검찰은 이에 대한 최 목사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지난달 13일 1차 조사를 받은 최 목사를 지난달 31일 보름여 만에 다시 불러 조사를 진행했다.
 |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3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영빈관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정상회의 환영만찬 영접장에서 나빌 암마르 튀니지 외교장관와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최 목사가 공무원인 윤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해 청탁하기 위한 목적으로 김 여사에게 금품을 건넸는지가 이번 사건의 핵심 쟁점이다.
청탁금지법은 공직자의 배우자가 공직자의 ‘직무와 관련해’ 금품을 받아선 안 된다고 규정한다.
형법상 뇌물수수죄는 ‘공무원’ 등이 ‘직무에 관해’ 뇌물을 수수할 경우 성립한다.
일각에서는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해 금품을 수수한 사람을 처벌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를 이번 사건에 적용하는 방안도 언급된다.
하지만 알선수재죄도 금품의 대가로 특정 직무를 맡은 공무원을 소개시켜 줬다는 ‘구체적인 대가 관계’가 밝혀져야 적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 여사를 처벌할 법적 근거가 마땅치 않은 가운데, 검찰이 김 여사를 직접 소환해 최 목사에게 청탁을 받고 대통령실에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등을 조사할지 주목된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3일 퇴근길 김 여사 소환조사의 필요성에 대해 “법 앞에 예외도, 특혜도, 성역도 없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 총장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법 절차상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유경민 기자 yook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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