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대 공수처장 취임
4개월 만에 수장 공백 해소
“정치적 중립… 외풍 안 흔들려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 자리매김”
수사력 논란·조직쇄신 등 과제
수사·기소권 불일치 개선 지적도
오동운 제2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취임 일성으로 ‘국민 기대 부응과 신뢰 회복’을 강조하며 “공수처가 냉철하게 고위 공직자 범죄를 엄단하는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으로 자리매김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천명했다.
오 처장 취임으로 장기간의 수장 공백 사태는 해소됐으나, 2기 공수처 앞엔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공수처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동운 공수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촬영 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
오 처장은 22일 오후 5시 정부과천청사의 공수처에서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올해 1월20일 전임 김진욱 전 처장이 퇴임한 지 약 4개월 만이다.
오 처장은 이날 취임사에서 “공수처가 본연의 설립 취지에 맞는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하는 2대 공수처장으로서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운을 뗐다.
이어 “수사기관이 수사를 잘하기 위해서는 외풍에 흔들리는 일이 없어야 할 것”이라며 “구성원들이 각자 임무를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공수처의 정치적 중립과 직무상 독립을 보장하는 방파제와 같은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오 처장은 공수처 지향점으로 강한 반부패 수사기관을 언급하며 한비자의 ‘법불아귀(法不阿貴) 승불요곡(繩不撓曲)’을 인용했다.
‘법은 귀한 자에게 아부하지 않고, 먹줄은 나무가 굽었다고 같이 휘지 않는다’는 뜻이다.
 |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현충탑 참배를 마친 뒤 방명록을 작성하고 있다.
뉴시스 |
 | |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작성한 방명록의 모습. 연합뉴스 |
오 처장은 또 “안정적이고 연속성 있는, 예측 가능한 인사”, “구성원이 오래 다니고 싶어 하는 곳”, “다른 수사기관과 협업하는 조직”도 약속했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은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오 처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했다.
오 처장이 향후 3년간 이끌 공수처의 최우선 과제로는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등 사회적 이목이 쏠린 사건 수사가 꼽힌다.
오 처장은 이날 첫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채 상병 사건 수사와 관련해 “제일 중요한 업무 중 하나니까 잘 챙기도록 하겠다”며 “공수처가 생긴 맥락에 부합하게 성실히 수사해 나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공수처가 고위 공직자의 권력형 부패 범죄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로 보다 청렴한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는 역할을 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 임은정 대구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 부장검사의 공무상 비밀 누설 의혹 등을 수사 중이다.
손준성 대구고검 차장검사(검사장)의 ‘고발 사주’ 사건 등의 공소 유지도 맡고 있다.
공수처 운영을 정상화하기 위해선 처장을 보좌해 공수처를 실무적으로 지휘하는 차장을 인선하는 게 시급하다.
공수처 2인자 자리 역시 지난 1월28일 여운국 전 차장이 퇴임한 뒤 4개월 가까이 비어 있다.
 | 임명장 수여하는 尹대통령… “악수합시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임명장 수여식에서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과 악수하기 위해 손을 내밀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
김 전 처장에 이어 오 처장도 판사 출신인 만큼, 공수처가 수사력 논란에서 벗어나려면 차장엔 수사 경험이 많은 검사 출신 인사가 기용될 필요가 있다는 법조계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오 처장은 “직역을 따지는 건 아니고 수사 역량 관점에서 훌륭한 분, 저의 부족한 부분을 잘 보충할 수 있는 분을 모시려 한다”고 언급했다.
공수처 차장은 처장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
조직 쇄신, 안정화도 중요한 과제다.
공수처는 출범 이래 인력 이탈이 끊이지 않았고, 수사 인력도 부족하다.
공수처법상 정원은 검사 25명(처·차장 포함), 수사관 40명, 행정 직원 20명 등 85명인데, 현원은 처장과 검사 19명(부장검사 6명, 평검사 13명), 수사관 36명, 행정 직원 20명 등 76명이다.
검찰로 치면 지방검찰청에 속한 지청 수준이다.
수사권과 기소권의 불일치 등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현직 고위 공직자가 공수처 수사 대상이지만, 그중 대법원장과 대법관, 검찰총장, 판검사, 경무관 이상 경찰공무원만 기소할 수 있다.
이 때문에 나머지 고위 공직자에 대해선 검찰에 기소를 ‘요구’하게 된다.
기소권을 검찰이 쥐고 있는 것이다.
다만 이는 입법 사항이라 국회의 협조가 필요하다.
한 변호사는 “공수처가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비판이 많았다”며 “공수처가 제 기능을 다해 국민의 사법 불신을 해소하고 사법 제도 발전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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