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후도우미로 처음 출근한 50대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에 속아 큰돈을 건넬 뻔했으나 때마침 집에 있던 아기의 아빠 경찰관이 빠르게 대처해 피해를 막았다.
지난달 1일 오전 9시쯤 강원 홍천군의 한 가정에 산후도우미로 처음 출근한 A씨는 일을 시작하자마자 발신인이 '아들'이라고 표시된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 A씨는 손을 심하게 떨기 시작하면서 사색을 역력히 드러냈다.
전화기 너머의 아들은 "사채를 썼다가 갚지 않아 감금당했다"며 "당장 2000만원이 있어야 풀려날 수 있다"고 말했던 것이다.
또 "절대 전화를 끊어서는 안 된다"는 말에 A씨는 때마침 집에 있던 아기 아빠의 휴대전화를 빌려 이 사실을 남편에게 알리고는 "일이 생겨 가봐야 한다"며 조퇴했다.
A씨가 전화를 빌렸던 아기 아빠는 홍천경찰서 경무과 소속 김석환(37) 경사였다.
당시 전날 당직 근무를 선 뒤 집에서 쉬고 있던 김 경사는 이 상황을 이상하게 여겨 조퇴한 A씨에게 연락했으나 전화는 계속 통화 중이었다.
보이스피싱임을 직감한 김 경사는 자신의 휴대전화 통화기록에 남은 A씨 남편 번호로 전화를 해 A씨가 받은 전화는 보이스피싱이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경사는 A씨가 남편과 만나기로 한 장소를 파악해 곧장 112에 신고했다.
다행히 A씨는 피해를 면할 수 있었다.
상황을 마무리하고 오후에 다시 출근한 A씨의 휴대전화를 김 경사가 확인했더니 보이스피싱 조직은 휴대전화 뒷번호 8자리만 일치하면 같은 번호로 인식해 연락처에 저장된 이름을 표시하는 스마트폰의 취약점을 이용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로 인해 A씨는 자신에게 걸려 온 전화가 해외에서 발신됐다는 사실은 알아채지 못한 채 아들이 전화했다고 믿을 수밖에 없었다.
경찰은 해외에서 수신되는 전화는 차단되도록 A씨의 휴대전화 설정을 바꿔주고, 보이스피싱 예방법을 알려주는 등 후속 조치를 했다.
김 경사는 "당연한 일을 했는데 알려져 부끄럽다"면서 "A씨가 피해를 보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요즘 보이스피싱 수법이 날이 갈수록 교묘해지는 만큼 '설마 내가 당하겠어?'라는 생각을 버리고, 의심 가는 전화를 받으면 경찰에 알려달라"고 당부했다.
김현정 기자 khj27@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 
등록안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