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직속 의료개혁특위 ‘반쪽’ 논란
의료 공급·수요자 등 20명 규모 구성
“다른 직역, 정부 거수기 노릇 우려”
의협, 정부와의 ‘일대일 대화’ 고수
‘증원 폐지’ 대전협도 참여 미지수
여야 정당별 ‘의·정갈등’ 셈법 복잡
민주 관망세… 개혁신당 ‘의협’ 옹호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이 집단사직한 지 19일로 두 달이 되는 가운데 이번 사태 당사자인 전공의들과 의료계 단체를 배제한 사회적 협의체 구성이 추진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다음주에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별위원회를 꾸려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의 주요 쟁점 사항을 논의할 계획인데, 의·정 간 일대일 대화만을 요구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특위 구성에서 빠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사실상 사회적 협의체 구성에 부정적인 전공의와 의사단체를 빼고 ‘개문발차’하겠다는 것인데, ‘반쪽짜리’ 협의체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의협 “다른 직역은 정부 거수기일 뿐”
1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다음주에 출범하는 의료개혁특위는 정부, 의료 공급자와 수요자, 보건의료 전문가 그룹이 폭넓게 참여하는 20명 안팎 규모의 기구로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공급자 대표로 의사를 포함해 간호사와 한의사, 치과의사, 약사, 병원단체 등 범의료계를 포함하고, 수요자에는 환자 및 소비자단체, 경영자 대표 등을 참여시키는 계획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의사단체가 특위 참여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의사단체는 ‘의사 외 다른 직역이 참여하면 의사들 요구사항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을 것’이라는 등의 이유로 정부와 ‘일대일’ 대화를 요구하고 있다.
 | |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 뉴스1 |
임현택 의협 차기 회장 당선자는 “사회적 협의체라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의료계와 정부가 ‘일대일’로 대화하는 방식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임 당선인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를 거론하며 “시민단체가 들어갔으니 굉장히 이상적으로 보이지만, 결론을 보면 늘 정부의 거수기 노릇만 해 왔다”며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협의체를 구성하면 크게 다를 게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의료보험 수가 등을 결정하는 건정심은 복지부 차관을 위원장으로 건강보험 가입자 대표 8명, 공익 대표 8명, 의약계 대표 8명 등 총 25명으로 구성된다.
사실상 의약계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위원이 절반에도 못 미치는 등 불균형적인 의사결정 구조라는 의료계의 비판을 받았다.
 | 한덕수 총리, 의료진과 간담회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가 18일 경기 성남시 국군수도병원에서 열린 의료진과의 간담회에서 참석자들과 악수하고 있다.
뉴스1 |
이번 사태 해결의 열쇠를 쥐고 있는 전공의 단체의 참여 역시 미지수다.
복지부 관계자는 “전공의는 의사와 함께 묶을 수 있지만, 특위에서 논의될 내용 중 전공의 처우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전공의 참여 여부)도 살펴보고 있다”며 “아직 위원회 구성에 대해 확정되지는 않고 특위 준비위원회에서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역시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패키지의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정부는 이르면 이번 주 중 특위 구성 등에 대한 내용을 밝힐 전망인데, 의협과 대전협이 제외된 협의체 구성은 의료계 반발만 부채질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서울 소재의 한 대학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
◆‘의·정 갈등’ 셈법 복잡한 정치권
의·정 갈등에서 한 발 불러서 있던 정치권은 총선 이후 사회적 협의체 구성 등에 목소리를 내고 개입 가능성을 키우며 정당별 이해관계에 따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 구성을 제안하면서도 구체적인 해결보다는 한 걸음 물러서 지켜보는 모양새다.
 |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공동취재사진 |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지난 15일 “국회에 여·야·정부, 의료계, 시민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위 구성 이유로 “사태의 원만하고 종합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사회적 중지를 모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국회에서 구성된 특위들은 대체로 문제 해결보다는 논의가 공전하면서 사태를 되레 키우고 장기화한 경우가 적잖다.
의·정 갈등이 극에 달한 시점에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가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민주당은 정부가 구성하려는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 특위에는 여전히 부정적이다.
민주당 김성주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이날 통화에서 “(특위에) 의료계가 빠진 상태에서 뭐가 되겠나. 정부가 지금 의료계와 대화가 전혀 안 되는 상태”라고 비판했다.
이 대표가 제안한 보건의료계 공론화 특위에 대해선 “야당 입장에서 정부·여당이 공분에 빠지면 그냥 지켜보면서 반사이익을 노릴 텐데 그렇게 하기에는 너무 상황이 심각하다”며 “이 사태를 빨리 마무리 짓기 위해서 우리가 정치적 해결 노력을 하겠다고 제안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총선에서 의료계에서 명망 있는 이주영 전 순천향대 의대 소아청소년과 교수를 비례대표로 당선시킨 개혁신당은 전공의와 의협 입장을 적극 옹호하는 입장이다.
박단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천하람, 이주영 당선인과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대표는 이 자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큰 결단으로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부터 선언하는 게 (정부가 생각하는) 협의체가 제대로 가동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정우·최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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