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모씨(33)는 등산 마니아다. 주변 친구들에게 주말에 산에 가자고 제안하고, 여행 일정에는 산행을 항상 포함한다. 김씨는 “어렸을 때 부모님이 산에 가자고 하면 힘들기만 했다. 왜 올라가는지 이해가 안 됐는데 이제는 깨닫게 됐다”면서 “바다의 풍경이 단조롭다면 산의 풍경은 다양하다. 상쾌한 공기를 마시면 일상에서의 피로가 해소된다”고 말했다.
최근 등산이 'MZ세대'에게 인기 있는 취미로 자리 잡고 있다. 과거에는 이른바 ‘아재’(아저씨)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코로나19 사태 이후 감염 위험이 적은 야외활동이라는 점에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후 20·30대 젊은 층이 꾸준히 유입되면서 등산을 즐기는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올해 1월10~12일 전국 만 19~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등산 경험 및 국내 등산 문화 관련 인식’을 조사한 결과, 젊은 층의 유입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즘 들어 산을 찾는 젊은 층이 많아진 것 같다’는 응답은 20대 60.0%, 30대 72.8%, 40대 60.8%, 50대 48.8%로 나타났다. MZ세대에게 등산이 차별화된 경험으로 인식되면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자주 공유된다는 답변이 많았다.
실제 '블랙야크 알파인 클럽'(BAC)은 MZ세대 사이에서 유명한 등산 커뮤니티이다. 이곳엔 100대 명산을 다니면서 인증을 하는 '명산100' 프로그램이 있다. 도전자는 22만7975명, 인증 횟수는 491만6064회에 달한다. 직접 인증샷을 찍어 올려야 하며, GPS 좌표가 확인돼야 인증이 가능하다. 인스타그램에는 '등산'과 ‘등산스타그램’ 해시태그 게시물이 각각 517만건, 178만건이 올라와 있다.
취미로써 등산에 대한 거부감이 낮아졌고, 긍정적 효과도 높게 평가된다. 응답자의 93.0%는 등산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운동이라고 생각했다. 이어 ‘어떤 운동보다도 자연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91.7%), ‘일상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88.6%), ‘동행한 사람과의 관계를 돈독하게 만드는 것 같다’(75.8%) 등이 장점으로 꼽혔다.
올해 등산 빈도는 ‘1년에 1회 정도’(20.9%), ‘2~3개월에 1회 정도’(17.3%), ‘6개월에 1회 정도’(11.8%), ‘4~5개월에 1회 정도’(10.0%), ‘월 2~3회 정도’(9.5%), ‘주 1회 이상’(8.6%) 등 순이었다. 전체 응답자의 10명 중 7명은 올해 등산 의향이 있다고 밝혔고, 앞으로 대중적인 취미로 여겨질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MZ세대의 등산은 친구나 모임을 통해 함께 즐기는 형태이다. 운동이나 취미활동은 혼자서는 지속하기 어려운데, 주변 사람들이 같이하면 시너지 효과가 난다”며 “젊은 층에서 등산 자체가 굉장히 ‘핫한 트렌드’로 각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임춘한 기자 choo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배포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