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 보고선 3년동안 영업하면서
지쳐왔던 마음 싹 보상 받는 느낌"
무인카페 운영 3년 차라고 밝힌 자영업자 A씨는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인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초등학생의 선한 영향력에 감동받는 하루였다'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A씨는 "어제는 날도 추워 손님도 없고 매출도 없어 한숨 푹 쉬면서 CCTV를 확인했는데 보자마자 한숨만 나오더라"라며 운을 뗐다.
CCTV를 통해 가게 상태를 보던 A씨는 카페 바닥이 얼음으로 난장판이 된 것을 확인했다.
A씨는 "저런 건 많이 봐와서 이제는 데미지 없다.
또 어떤 손님이 오셔서 저렇게 해놓았을까? 하고 얼굴이나 보자고 CCTV를 돌려봤다"고 한다.
A씨는 자신의 매장을 어지럽힌 고객을 찾기 위해 CCTV를 확인했고 문제의 주인공이 초등학생임을 확인했다.
그는 "(초등학생)컵을 꺼내서 제빙기에 올려놓고 얼음을 받아야 하는데 컵을 꺼내지 않고 그냥 레버를 눌러서 얼음으로 난장판이 된 거였다"고 전했다.
당황해하던 초등학생은 뒤늦게 컵을 꺼내 음료를 받았지만 이미 바닥엔 얼음으로 난장판이 된 상태였다.
초등학생은 떨어진 얼음을 치우려고 몇 초간 고민하는 듯하더니 결국 그대로 자리를 떠났다.
A씨는 "전화했으면 학생이 음료를 이용할 수 있게 대응 가능했지만, 황급히 자리를 뜨더라. 맥 빠지는 순간이었다"며 "어차피 저 학생은 음료 값을 지불했고 나는 노동 값이라 생각하고 청소했다"고 밝혔다.
이후 저녁에 매장을 정리하러 간 A씨는 선반 위에 놓여있는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CCTV를 돌려본 A씨는 얼음을 쏟은 초등학생이 1시간 쯤 지난 뒤 매장에 다시 돌아와 쪽지를 두고 간 것을 확인했다.
이 학생은 CCTV를 향해 인사하며 선반 위에 쪽지를 봐달라는 듯 제스처를 취하고 사라졌다.
학생이 두고 간 편지에는 "사장님 죄송합니다.
제가 무인카페를 처음 와서 모르고 얼음을 쏟았습니다.
다음부터는 그러지 않고 치우겠습니다.
작은 돈이지만 도움 되길 바랍니다.
장사 오래오래 하시고 행복하게 지내세요.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라고 사과의 글을 남겼다.
학생이 남긴 편지 안에는 1000원 짜리 지폐 한 장이 끼워져 있었다.
A씨는 "쪽지를 보고선 3년 동안 영업하면서 지쳐왔던 제 마음을 싹 보상 받는 느낌이었다"며 "학생은 자기가 미안한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성의로 1000원을 끼워 놨다.
이런 초등학생 아이에게 선한 영향력으로 감동을 받아보긴 처음"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1000원은 지갑 속에 고이고이 넣어둘 것이다.
이 학생의 마음은 잘 받았고, 이제 제가 받은 걸 돌려줘야겠다"라며 "다행히 구매 이력이 남아서 학생에게 연락할 방법이 있다.
제가 언제까지 영업하게 될 진 모르겠으나, 이 학생에게는 영업을 접는 날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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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사람사는 세상이지
맞습니다. 오랜만에 훈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