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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버가 폭로한 '돌려차기남'…환호 부르는 '사적제재'
더팩트 기사제공: 2023-06-11 00:06:03

신상공개 유튜브 조회수 600만 넘어
국민 법감정과 사법처리의 괴리 커져
전문가들 "국민 눈높이 맞는 제도 필요"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갈무리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 갈무리

[더팩트ㅣ조소현 기자] #. 지난 2009년 9월 24일. 8세 아동을 납치·성폭행한 아동 성범죄자에게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피해 아동은 참혹한 부상을 입어 영구 장애를 갖게 됐다. 가해자는 강간상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국민들은 중형을 기대했으나 현실은 아니었다. 법원은 그에게 징역 12년과 전자발찌 부착 7년, 신상공개 5년을 선고했다. 조두순은 지난 2020년 12월 출소했다.

#. 지난해 5월 22일. 20대 여성 A씨가 귀가 도중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30대 남성 B씨는 돌려차기로 A씨의 머리를 가격하고 발길질을 해댔다. A씨는 16주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성 두개내출혈과 발목 아래가 마비되는 영구 장애 피해를 입었다. B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탈옥해 피해자를 때려죽이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수사기관에 B씨의 신상공개를 요청했으나 '피고인이라 권한이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최근 한 유튜버가 범죄 사건 가해자의 신상을 공개해 논란이 되고 있다. 대체로 "속 시원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일각에서는 '사적 제재'라는 우려도 나온다. 사적 제재는 공권력이나 사법 절차에 따르지 않고 개인이 타인을 벌하는 행위로 위험성과 폐해가 크다. 그럼에도 옹호 여론이 높은 까닭은 무엇일까.

◆'사적 제재'에 환호…"국민 법감정과 처벌 사이 괴리 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영상에는 B씨의 이름과 사진, 생년월일, 범죄 이력 등이 담겼다. 해당 영상은 8일까지 600만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같이 SNS상에 가해자로 추정되는 인물의 신상 정보가 올라오는 일이 잦아졌다.

범죄자에게 사적 제재를 가하는 '참교육' 콘텐츠도 인기다. 지난 2020년 12월 몇몇 유튜버들은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자 그가 탄 차량을 파손하고 위협했다. 엄연한 범죄였으나 시청자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시청자들은 "조두순은 맞아도 싸다", "정의는 살아있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를 지지하는 여론도 높다. 사람들은 "용기를 내줘서 고맙다", "수사기관이 못한 일을 했다"고 유튜버를 응원했다.

전문가들은 사법 불신이 큰 사회일수록 사적 제재 옹호 여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사적 제재에 대한 사회적 열광은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처벌·심판 수위가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사법 불신이 큰 사회일수록 사적 제재에 대한 옹호 여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사적 제재에 대한 사회적 열광은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처벌·심판 수위가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자 한 시민이 호송차량을 막고 있는 모습. /뉴시스
전문가들은 사법 불신이 큰 사회일수록 사적 제재에 대한 옹호 여론이 높다고 입을 모은다. 사적 제재에 대한 사회적 열광은 수사기관과 사법당국의 처벌·심판 수위가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사진은 지난 2020년 12월 아동 성범죄자 조두순이 출소하자 한 시민이 호송차량을 막고 있는 모습. /뉴시스

대학생 유모 씨는 "잘못을 저지른 사람들이 응당한 죗값을 치르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콘텐츠를 보면) 범죄자를 벌하는 모습이 정의롭게 느껴져서 (콘텐츠를) 보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법에 대한 실망과 불신이 (사적 제재 콘텐츠의) 소비로 이어지는 것 같다"며 "콘텐츠의 인기로 법률만능주의의 역설적인 측면이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실제 지난 2021년 한국법제연구원에서 발간한 '국민법의식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응답자 3400명 중 '법이 공정하게 집행된다'고 생각한 국민은 53.8%에 그쳤다. '법이 국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응답 역시 51.6%에 불과했다.

◆사적 제재의 빛과 어둠…근본 해결책은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제도"

전문가들은 사적 제재에 명과 암이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범죄자 처벌 수위가 국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적 제재를 무조건 나쁘다고 말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픈넷 손지원 변호사는 "모든 부조리가 법적 처단의 대상이 되는 건 아니다. 누군가는 법망을 빠져나간다. 이럴 때 한 개인이 잘못한 사람을 특정하고 비위 사실을 적시하면 (잘못한 사람이) 그에 상응하는 사회적 비판을 받도록 한다"며 "국가기관만이 비위 사실을 공개해야 하고, 사인은 공개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사적 제재를) 금기시한다면 학교폭력 고발, 미투 운동, 언론사의 공직자 보도 등 민주주의 사회를 발전시키는 많은 활동이 위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미투운동'처럼 개인의 고발이 사회 변화를 이끌어냈다고 평가받는 사례도 많다. 피해자들의 고백은 성폭력 범죄에 대한 새로운 법 제정 필요성을 공론화하는 계기가 됐다.

다만 사적 제재가 만연할 경우 법치주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양천수 영남대 로스쿨 교수는 "(법치국가가 들어서며 사적 제재가 금지된 이유는) 보복의 악순환을 막고 사회를 안정화하기 위함이었다"며 "국가가 제재할 때는 엄격한 절차를 따른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국가가 형벌권을 행사할 때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다양한 증거를 확보해 판단하는데 개인이 제재하게 되면 사실이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지난 2020년 3월 대학생 C씨가 '디지털교도소'에 신상이 공개돼 극단 선택을 한 사건이 한 예다. C씨는 생전에 결백을 주장했다.

디지털교도소 운영자 D씨는 2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재판부는 "자의적인 정의 관념에 기대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 사건 범행은 그 특성상 확산 속도가 매우 빠르고 원상회복을 할 방법도 마땅히 없다. 피해자들은 저지르지 않은 범죄의 가해자로 낙인찍히거나 저지른 범죄 이상의 비난을 받기도 함으로써 인격권과 사생활의 극심한 침해를 입었다"고 말했다.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유튜브 채널 '카라큘라 탐정사무소'는 지난 2일 '부산 돌려차기 사건'의 가해자 B씨의 신상을 공개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사적 제재가 필요하지 않은 사회가 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가 할 수 있는데 앞서서 제재하면 '렉카'겠지만 필요한 제재를 국가가 할 수 없는 때 제재하는 것은 다르다"며 "국민이 국가에 요구하는 것을 가벼운 보복감 정도로 취급해서는 안 된다. 국민 눈높이에 맞는 법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사건의 경우 신상공개제도의 맹점이 사적 제재를 불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피의자' 단계에서는 신상공개가 가능하지만 '피고인'은 안 되는 탓이다. 승 위원은 "피고인의 신상공개는 피의자의 경우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할 여지가 더 적다"며 "기소 단계에서 신상공개를 재검토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거나 1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피고인을 상대로 공개하는 등 방식으로 사적 제재를 대신해야 한다"고 말했다.

sohyu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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