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재판서 혐의 일부 부인
강남 학원가에서 마약 성분이 섞인 음료를 학생들에게 나눠준 일명 '마약음료' 사건의 주범 혐의를 받는 20대가 첫 재판에서 혐의를 일부 부인했습니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6부(부장판사 정진아)는 마약류관리법 위반(향정) 등 혐의로 기소된 길모(26)씨 외 2명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습니다.
길씨 측은 마약음료를 제작·운반한 것은 인정하지만, 이를 미성년자들로 하여금 영리 목적으로 마시게 할 것은 알지 못했다는 취지로 혐의를 일부 부인했습니다.
길씨에게는 '영리목적 미성년자 마약투약' 혐의가 적용돼 있는데, 이 혐의가 인정될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고 최대 사형까지 선고될 수 있습니다.
이날 길씨 측은 보이스피싱 총책의 협박을 받아 범행에 가담하게 된 것이라고도 주장했습니다.
함께 기소된 김모(39)씨는 일부 변작중계기 사용 혐의만 인정하고,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범죄 고의가 없고 보이스피싱으로 인해 얻은 수익 역시 범죄수익이라는 인식이 없었다는 취지로 부인했습니다.
다만 박모(36)씨는 필로폰 운반 등 혐의를 전부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준비절차를 마무리하고 다음달 28일 첫 공판기일을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이 사건의 주범으로 꼽히는 길씨는 중국에 있는 보이스피싱 총책 등과 함께 마약음료를 제조한 뒤 미성년자들에게 투약하게 하고 이를 빌미로 금품을 갈취하려 한 혐의 등을 받습니다.
김씨는 변작중계기를 사용해 중국 인터넷 전화번호를 국내번호로 바꿔 협박 전화를 도운 혐의, 박씨는 '던지기 수법'으로 필로폰 10g을 받아 길씨가 전달하도록 한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이들은 아르바이트를 고용해 지난 4월 서울 강남 일대에서 음료 시음회를 가장, 학생들에게 '집중력 강화 음료'라며 음료수 18병을 나눠주게 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 음료 1병엔 통상적인 필로폰 1회 투약분인 0.03g의 3배가 넘는 양인 0.1g이 담긴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검찰에서 파악한 피해자는 미성년자 13명과 학부모 6명입니다.
청소년 피해자 중 6명은 실제로 환각 등 증상을 겪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다만 협박을 통한 금품 갈취는 피해자들이 불응해 미수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검찰은 중국과 한국에서 활동하는 보이스피싱 조직원들이 사건 전반을 계획하고 실행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들과 같은 조직에서 모집책으로 활동한 혐의를 받는 이모(41)씨는 지난 22일 별건 기소됐습니다.
이 사건을 기획한 것으로 지목된 총책 이모씨는 현재 검찰에서 추적 중입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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