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거주지인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빌라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의 어린 4남매가 숨졌다.
이들은 11세 여아와 7세·6세 남아, 4세 여아로 부모가 2살 막내를 챙겨 대피시키는 사이 미처 탈출하지 못하고 연기에 질식해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15년 전 한국으로 와 고물상 일을 하던 아버지와 함께 보증금 200만원의 월셋집에 기거하며 꿈을 키워왔던 가족의 ‘코리안 드림’도 산산이 깨어졌다.
 | 27일 오전 경기 안산시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에서 불이 나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 남매 4명이 숨졌다.
사진은 불이 난 빌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 제공 |
◆ 이웃 주민 “밝은 아이들이었는데”…건물 외벽 곳곳 그을려
27일 경기도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불은 이날 오전 3시28분 단원구 선부동의 한 3층짜리 빌라 2층(203호) 거실에서 났다.
출동한 소방대가 40여분 만에 불길을 잡았지만, 집 안방에선 4남매가 나란히 누운 채 발견됐다.
특별한 외상은 확인되지 않았다.
4남매는 아버지(55)와 어머니(41), 2살짜리 여동생 등 7명이 함께 이곳에서 거주해왔다.
화재 당시 아버지는 거실에, 어머니는 자녀들과 함께 안방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출입문 쪽에서 불이 나자 부모가 막내와 함께 창문을 통해 밖으로 대피했지만, 치솟는 불길 때문에 다른 자녀들은 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4남매의 부모도 화상을 입고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인화성 물질 등 방화를 의심케 할 만한 증거나 정황은 나오지 않았지만 정확한 사인을 밝히기 위해 4남매의 시신을 부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오전 빌라 외벽 곳곳은 새까맣게 그을린 상태였다.
주변에 수많은 유리 조각과 파편들이 떨어져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경찰은 내부 합선 등 전기적 요인으로 불이 났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과 소방의 합동 감식 결과, 불은 지상 1층 203호 출입문과 인접한 거실 바닥에서 난 것으로 조사됐다.
현관 쪽 벽면 콘센트와 연결된 멀티탭에서 합선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불이 난 현관 입구에는 TV와 냉장고가 멀티탭에 연결돼 있었다.
 | 나이지리아 국적 어린이 4명이 숨진 경기도 안산시의 한 빌라 화재 현장에서 27일 오전 경찰과 소방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 일가족, 2년 전에도 화재 경험…아버지는 고물상, 월셋집에서 생계 이어가
불이 난 빌라는 1994년 사용 승인이 나 현재 외국인 등 40여명이 살고 있다.
건물 1층은 반지하 구조여서 불이 난 2층이 사실상 1층이다.
주택 내부는 42㎡가량으로, 부엌 겸 거실과 작은 방 2개로 이뤄졌다.
4남매의 가족은 2년 전인 2021년 1월에도 당시 거주하던 단원구 원곡동 다세대 주택 반지하에서 화재를 겪어 아들이 목 부위 등에 2도 화상을 입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주민들은 참혹한 상황을 전하며 슬퍼했다.
필리핀에서 귀화한 웨나린(44)씨는 “숨진 남매들의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국적인 내 남편과 알고 지내 아이들을 종종 봤다”며 “밝고 귀여운 아이들이었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했다.
이들 가족은 불법체류자는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외국인이라 수급자 지원 등 정부의 제도적인 도움에선 벗어나 있었다.
이날 불이 난 현장은 다세대주택이 밀집 지역으로 골목길마다 양쪽으로 차가 주차돼 있어 소방차 진입이 쉽지 않았다.
화재로 같은 건물에 살던 다른 나이지리아인 3명과 우즈베키스탄인 2명, 러시아인1명 등 6명이 경상을 입고, 37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안산=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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