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 입니다.

사업 목적으로 초청된 것처럼 위장해 허위로 비자를 발급받아 입국한 뒤 난민 신청을 한 경우, 출입국관리법 위반에 해당하지만, 유엔 난민협약에 따라 처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위계공무집행방해,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란인 A씨의 형을 면제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A씨는 2016년 원단 도매 무역회사의 초청을 받아 한국에 원단을 보러 간다며 주 이란 한국 대사관에 단기상용사증(C-3)을 신청했다.
하지만 A씨가 대사관에 제출한 초청장은 가짜였다.
A씨는 브로커에게 4700달러를 내고 허위 초청장을 발급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발급받은 비자로 한국에 입국해 2016년 3월 난민 신청을 했다.
법무부에서는 신청이 기각됐으나 A씨는 행정소송 끝에 2020년 11월 ‘기독교 개종을 이유로 이란에서 박해받을 우려가 있다’는 점이 인정돼 대법원에서 최종 승소했다.

검찰은 2018년 A씨를 거짓 초청장으로 한국 대사관 공무원을 속여 비자를 받았다는 이유로 기소했고,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A씨가 항소심 과정에서 행정소송을 통해 난민으로 인정받았다는 점 등을 고려해 형을 면제하는 판결을 했다.
2심 재판부는 ‘난민이 불법으로 입국하거나 불법으로 체류한다는 이유로 형벌을 과해서는 안 된다’는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을 근거로 들었다.

대법원도 2심 판단이 옳다고 봤다.
재판부는 "난민협약은 국회 동의를 얻어 체결된 조약이므로 대한민국헌법 제6조 제1항에 따라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가지고 그 효력은 법률에 준하는 것으로, 개별 규정의 구체적인 내용과 성질 등에 따라 직접적인 재판규범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한국은 1992년 난민협약에 가입해 이듬해 3월부터 국내에서 효력이 발생했다.

재판부는 "난민협약 조항은 난민협약에 가입하고 이를 비준한 우리나라 형사재판에서 형 면제의 근거 조항이 된다"며 "형 면제 대상이 되는 ‘불법으로 입국하는 것’이란 출입국 관련 법령에서 정한 절차를 위반한 입국 행위 및 이와 직접·불가분적으로 관련된 행위로서 국가의 출입국관리업무에 지장을 주는 행위를 의미한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입국허가·비자를 받지 않고 입국하거나 불법으로 입국허가·비자를 받아 입국하는 행위는 물론 이를 구성요건으로 하는 범죄행위도 포함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