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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장관, 심판청구 자격 없어… 법사위, 다수결 원칙 위반” [헌재 ‘검수완박’ 권한쟁의 각하]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3-03-23 18:48:47

韓장관·검사 6명 청구 5대4로 ‘각하’
檢 수사·소추권 ‘헌법상 권한’ 맞지만
특정 기관 독점적 부여 아니라고 봐
‘입법으로 개정’ 권한 침해 인정 안 해
與 제기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
“안건조정위, 미리 가결조건 만들어”
심사 보고·토론 절차 등 생략 지적
‘위장 탈당’ 민형배 위원 선임은 적법

헌법재판소가 23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법으로 수사·소추권을 침해받았다며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에서 ‘청구 자격이 없다’고 각하 결정을 내리면서 9개월을 끈 검수완박법 위헌 논란은 허무하게 끝났다.
다만 지난해 국회의 검수완박 입법 과정이 헌법과 국회법에 위배됐다고 판단하면서 검수완박법을 둘러싼 정치권의 갈등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해 자리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법무장관·검사 “청구 자격 없다” 판단

헌재는 검수완박법으로 권한을 침해받았고 이를 무효로 해야 한다는 법무부와 검찰의 청구에 대해 재판관 5대4 의견으로 ‘각하’ 결정을 했다.
권한쟁의 심판에서는 재판관 9명 중 과반인 5명의 찬성에 따라 인용·기각 또는 각하 결정을 내리게 되는데 청구 절차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할 경우 본안에 대한 판단 없이 각하를 결정한다.

각하 의견을 낸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이 수사권이나 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으므로 청구인 적격(자격)이 없다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법무부 장관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감독할 권한이 있다”면서도 “이 사건 법률개정 행위가 법무부 장관의 지휘·감독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한 장관과 함께 심판을 청구한 검사들에 대해서는 헌법상의 권한 침해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재판부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이 ‘헌법상 권한’이라는 점을 인정했다.
하지만 이 권한이 어느 특정 국가 기관에 독점적·배타적으로 부여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조정과 배분은 헌법이 아닌 입법으로 정해진다고 봤다.
검사의 수사권 및 소추권 내용과 범위를 국회의 입법으로 정하는 만큼 법률개정 행위가 이를 침해한다고 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3일 경기 과천 법무부에서 퇴근하며 헌법재판소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무효 청구 각하 결정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뉴스1

반면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반대 의견을 내고 검사의 권한 침해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검수완박법으로 검사의 수사·소추권 범위가 축소하고, 일부 범죄에 대해 수사 개시 검사가 공소제기를 못하게 해 검사의 직무 영역을 분리한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이들 재판관은 “준사법작용인 소추·수사 기능의 객관성·중립성·독립성을 훼손해 헌법상 검사의 소추권 및 수사권에 관한 입법 형성의 한계를 일탈했다”며 “법 체계의 정합성에 부합하지 않아 법치 국가 원리에도 어긋나므로, 청구인들 중 검사들의 소추권 및 수사권을 침해한다”고 했다.

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특히 “(검수완박) 개정 행위는 헌법과 국회법을 중대하게 위반해 청구인들의 권한을 침해했다”며 “그 법적 효력을 제거함으로써 청구인(법무부 장관·검사)들의 침해된 권한을 즉시 회복할 필요가 인정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법적 안정성 등을 고려해 이 사건 법률개정 행위에 대해서는 그 무효를 확인하는 대신 그 행위를 취소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국힘 제기한 ‘심의·표결권 침해’는 인정

헌재는 입법 과정에 절차적 흠결이 있었다며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별도로 제기한 권한쟁의 심판 청구에 대해서는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들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을 상대로 제기한 청구를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인용 결정을 내렸다.
인용 의견을 낸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법사위원장이 회의 주재자로서 중립적인 지위와 실질적인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의 원칙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당시 입법 과정에서 법사위원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인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안건조정위원으로 선임한 데 대한 지적이다.

이들은 “조정위원회에 관해 미리 가결 조건을 만들어 실질적인 조정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의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캐스팅보터 역할을 한 이미선 재판관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심사보고와 토론 등의 절차를 생략됐다”며 국회법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민형배 무소속 의원. 뉴시스

유남석 소장과 이석태·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민 의원이 비교섭단체 몫의 조정위원으로 선임된 것을 두고 “국회법에서 이를 금지하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은 이상 위법한 선임이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이들 재판관은 “조정위원장과 법사위원장은 그 동안의 법안 심사 과정, 국회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대표의원 합의, 당시 회의장의 상황 등을 고려해 표결 절차에 나아간 것”이라며 “헌재는 이런 판단을 존중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검수완박법을 가결·선포한 국회의장을 상대로 한 권한쟁의에 대해서는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기각됐다.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가결·선포 행위가 무효인지 확인해 달라는 청구도 5대 4 의견으로 기각 결정이 내려졌다.
이종민·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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