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안 심의·표결권 일부 침해
검찰 수사권 침해 근거 없다”
한동훈·檢 청구한 사건은 각하
문재인정부 말기인 지난해 4∼5월 국회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이뤄진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이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의 법률안 심의권과 표결권을 일부 침해했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검찰 수사권 등을 침해했다는 청구는 “헌법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헌재는 23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유상범·전주혜 의원이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에서 재판관 5대 4 의견으로 법사위원장에 대한 부분을 인용 결정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사 6명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 심판 사건은 5대 4 의견으로 각하했다.
검수완박 입법 약 1년만, 지난해 9월10일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 시행 6개월 만에 나온 결정이다.
 | 유남석 헌법재판소장(가운데)과 재판관들이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를 위해 대심판정으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
헌재는 “법사위원장은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조정 심사 없이 조정안이 의결되도록 했고, 법사위 전체회의에서도 토론 기회를 제공하지 않았다”며 “회의 주재자의 중립적 지위와 실질적 토론을 전제로 하는 헌법상 다수결 원칙을 규정한 헌법 제49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당 소속이던 민형배 의원이 위장 탈당한 뒤, 당시 박광온 법사위원장이 안건조정위원회를 무력화하려고 민 의원을 비교섭단체 몫 조정위원으로 선임하는 등 일련의 과정에 절차적 하자가 있었다는 판단이다.
헌재는 법사위원장과 국회의장의 검수완박 입법 행위가 무효임을 확인해 달라는 청구는 기각했다.
헌재는 “헌법과 국회법에 회기 하한에 관한 규정이 없어 짧은 회기라고 하여 위헌·위법한 회기로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었다.
한 장관과 검사들이 “헌법 및 법률에 의해 부여된 검사의 수사·소추권, 법무장관이 관장하는 검사의 수사·소추권을 침해했다”며 청구한 사건은 각하됐다.
헌재는 “수사·소추권을 직접적으로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청구인 적격이 없다”며 “검사들의 헌법상 권한 침해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헌재는 그 이유로 “수사·소추권이 행정부 중 어느 ‘특정 국가기관’에 전속적으로 부여된 것으로 해석할 헌법상 근거를 발견하기는 어렵다”고 들었다.
“행정부 내에서 수사·소추권의 구체적인 조정·배분은 헌법 사항이 아닌 ‘입법 사항’”이라는 기존 판단을 유지한 것이다.
 |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심판 선고일인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과 법무부 측 변호인인 강일원 변호사 등이 착석해 있다.
공동취재사진 |
다만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재판관은 “절차 및 내용 측면에서 검사들의 헌법상 수사·소추권과 법무장관의 검사에 관한 관장 사무에 대한 권한을 침해했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민주당은 지난해 검찰이 직접 수사를 개시할 수 있는 범죄 범위를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 6대 범죄에서 부패·경제 2대 범죄로 줄이는 내용으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강행처리했다.
당시 김오수 검찰총장을 필두로 한 검사들은 “검찰은 헌법상 수사·소추권을 갖는 국가기관”이라며 집단 반발한 바 있다.
법무부와 국회를 대리한 강일원 전 재판관과 노희범 변호사는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검찰청도 “헌재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국민 기본권 보호에 직결된 법률의 위헌성 여부에 대한 실질적 본안 판단 없이 형식적으로 판단해 각하한 점은 아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박진영·안경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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