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후 한 달
여전히 추모 발길 이어지는 현장
“진상조사 유야무야 넘어가지 않길”
 | 이태원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난 26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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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압사 사고 후 3주 넘게 흘렀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잊지 않겠습니다.
기억하겠습니다‘
‘너 보러 왔어. 15년 동안 친구해줘서 고마워. 또 올게’
이태원 참사 후 한 달여 가까이 지난 26일,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는 늦은 밤까지 시민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 골목을 ‘1029 골목’, 골목 옆 빨간 벽을 ‘통곡의 벽’, ‘추모의 벽’이라 부르며 추모를 이어갔다.
지난 11일 출입통제선이 해제된 이후 하나 둘 쌓이던 추모의 글들은 수많은 이들이 다녀가며 현재 벽을 빼곡히 채우고 있었다.
바닥에는 하얀 국화 다발과 함께 떠난 이들을 기리기 위한 술병과 노잣돈 등이 놓인 채였다.
골목 옆 벽과 이태원역 1번 출구 인근 공간 등에는 ‘그저 하루를 즐기기 위해 나온 젊은이들이 무슨 잘못인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현장에 있던 사람이다.
저는 구출됐지만 희생된 분들에게 애도를 표한다’, ‘미안합니다.
미안하고 또 미안합니다’, ‘세월호 참사 때 친구들을 잃고, 이태원 참사로 또 또래 친구들을 잃었다.
목소리 내고 행동해 세상을 바꾸겠다’ 등의 메모가 나붙었다.
 | | 지난 26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 붙은 희생자 유족의 글. |
‘아들, 엄마가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이곳에서 못다 한 꿈들 자유롭게 이루길’, ‘한 번만 더 말릴걸, 언니 미안해’, ‘사랑하는 딸아, 우리 가족 인사하러 왔어. 나중에 다같이 만나서 아빠가 해주는 맛있는 밥 먹자!’…. 희생자 유족들이 붙인 추모의 글 앞에서는 많은 시민이 발걸음을 멈추고 애도를 표했다.
매주 주말 이곳을 찾고 있다는 주부 이모(43)씨는 “오늘은 딸과 함께 이곳을 찾았다”며 “부모 세대로서, 어른으로서 미안한 마음이 계속 든다.
좋은 곳에 갔으면 한다”고 전했다.
친구와 함께 왔다는 직장인 김소영(24)씨는 “이태원 상권이 많이 안 좋아졌다는 소식을 듣고 추모 후 저녁이라도 먹기 위해 찾았다”며 “빠른 진상 조사로 죄 없는 이들이 더 이상 희생되지 않았으면 한다”고 했다.
대학생 양모(22)씨는 “일부러 이곳을 계속 찾고 있다”며 “시간이 흘렀다고 유야무야 넘어가길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 이태원 참사 후 한 달여가 지난 26일 오후 참사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해밀턴 호텔 옆 골목에서 한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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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의 벽’ 맞은편에서 옷가게를 운영 중인 남인석(80)씨는 “폴리스라인이 걷힌 후 시민들 발걸음이 더 늘었다”며 “이곳에 앉아있으면 밖에서 시민들이 추모하며 눈물을 흘리는 모습이 보인다.
참담했던 그 날이 떠올라 마음이 좋지 않다.
영업도 하지 못한 채 바라만 보고 있다”고 했다.
남씨는 “49재 때까지는 희생자들 옆에서 자리를 지킬 생각”이라며 “매출 하락이나 내 심적 문제 등은 봐도 그 이후에야 들여다볼 생각”이라고 고개를 떨구기도 했다.
세계일보는 이번 참사로 안타깝게 숨진 분들의 명복을 빌며, 유족들의 슬픔에 깊은 위로를 드립니다.
글·사진=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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