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의혹과 관련 22일 서욱 전 국방부 장관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구속되면서 문재인정부 대북·안보 라인 전반을 겨냥한 검찰 수사가 탄력을 받게 됐다.
검찰의 다음 수사 대상에는 서훈 전 국가안보실장, 박지원 전 국정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월북 몰이로 가는 길’에 서 있던 모든 사람이 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논평했다.
박지원 전 원장은 ‘있는 사실을 숨기지 않고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면서도 “없는 죄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 '서해 공무원 피격' 은폐 의혹을 받는 서욱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김홍희 전 해양경찰청장이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각각 출석하고 있다.
뉴스1 |
서울중앙지법 김상우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증거 인멸과 도망의 우려가 있다”며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윤석열정부 들어 전 정부 장관급 인사로는 첫 구속 사례다.
서 전 장관은 2020년 9월 숨진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故) 이대준씨가 자진 월북했다는 쪽으로 정부가 판단하자 이에 부합하지 않는 감청 정보 등 기밀을 군사정보통합처리체계(MIMS·밈스)에서 삭제하도록 지시하고, 합동참모본부 보고서에 허위 내용을 쓰게 한 혐의(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공용전자기록 손상)를 받는다.
감사원이 지난 13일 발표한 감사 결과에 따르면 이씨의 피격 이튿날인 2020년 9월 23일 오전 1시 관계장관회의가 열렸고, 이 회의가 끝난 뒤 서 전 장관 지시에 따라 밈스에 저장된 군 첩보 관련 보고서 60건이 삭제됐다.
김 전 청장은 이씨 사건 경위를 수사한 해경의 총책임자로, 직권남용·허위 공문서 작성 혐의를 받는다.
그는 확인되지 않은 증거를 사용하거나 기존 증거 은폐, 실험 결과 왜곡 등을 통해 이씨가 자진 월북했다고 속단하고 수사 결과를 발표한 혐의도 받는다.
또 중간수사 결과 발표 때 이씨의 도박 채무를 언급하며 “현실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하게 해 이씨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도 있다.
검찰은 지난 정부 안보라인 인사들이 이대준씨에 대한 ‘월북 몰이’에 가담했다고 의심한다.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신병을 확보한 만큼 검찰 수사는 문재인정부 안보라인 핵심부로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수사 대상은 감사원이 이달 중순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5개 기관의 20명이다.
서훈 전 실장, 박지원 전 원장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지난 8월16일 검찰의 압수수색을 마치고 여의도 자택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박지원 전 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없는 죄를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있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박 전 원장은 “법원의 판단은 존중하지만 도주 및 증거인멸 우려가 발부사유라니 이해가 안 된다”며 “두 분은 전직 장관·청장으로 주소가 일정하고 수사에도 성실하게 협력했다고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어 “검찰이 확보한 증거를 전직이 어떻게 인멸할 수 있을까. 도주도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박 전 원장은 자신과 서 전 실장에게 검찰 수사가 향한다는 보도를 언급한 뒤 “아직 검찰로부터 어떤 연락도 없다”며 “없는 죄를 만들어서도 안 되지만 있는 사실을 숨기지도 않고 검찰 조사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매우 무례한 짓이라고 호통치고, 민주당이 정치보복이라며 감사원장 등을 고발했지만, 법원은 서해 공무원의 억울한 죽음을 인정했다”며 “이제 문 전 대통령을 포함해 ‘월북 몰이로 가는 길’에 서 있던 모든 사람이 답해야 할 시간”이라고 논평했다.
하태경 의원도 페이스북에 “이 사건은 대통령이 보호해야 할 무고한 우리 국민을 월북 빨갱이로 몰아간 파렴치한 중대 범죄”라면서 문 전 대통령을 겨냥했다.
이대준씨 유가족은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의 구속이 전해지자 입장문을 통해 “당연한 일로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했다.
친형 이래진씨는 입장문에서 서 전 장관과 김 전 청장을 “국민의 죽음에 침묵했고 은폐 조작에 가담한 살인자”, “(이씨를) 간첩으로 둔갑시킨 장본인”으로 각각 언급하며 “유족에게 지울 수 없는 고통과 아픔을 남겼다”고 비판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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