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 화학물질과 생리 증상 관련 가능성 인정 보고서 공개
화학물질 노출 수준 높을수록 가려움증?통증 등 통계적 증가
식약처 “건강에 위해한 수준 아니어서 계속 사용해도 된다”
강은미 의원 “식약처가 국민 건강 직결되는 문제 감춰” 질타
 | | 기사 내용과 관련 없는 자료 사진. 뉴스1 |
일회용 생리대에 포함된 휘발성유기화합물(VOCs)이 생리통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정부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화학물질에 노출된 수준이 높을수록 가려움증, 통증, 생리통 등 생리 관련 불편 증상이 통계적으로 증가한다는 경향성이 확인됐다.
환경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18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수행한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를 21일 공개했다.
이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지속적으로 조사 결과 제출을 요구한 데 따른 것이다.
조사는 2017년 9월 정의당 여성위원회가 청원하면서 실시됐다.
2018년 4~8월 예비조사, 2018년 12월부터 2019년 12월까지 만 15~45세 여성 1만6000명 설문조사를 포함한 단면조사, 2019년 12월부터 2021년 4월까지 패널조사가 차례로 진행됐다.
패널조사에는 만 29~45세 여성 2600명이 10개월간 작성한 생리일지를 통해 생리용품 사용과 불편 증상 등 여성 건강과의 시간적 선후관계 및 관련성을 평가했다.
분석 결과를 보면 조사대상자의 90%가 최근 3개월 동안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했고, 뒤이어 면 생리대(4.2%), 탐폰(3.6%), 생리컵(1.8%) 등의 순이었다.
생리대 사용 시 경험하는 생리 증상으로는 생리혈색 벽화를 겪었다는 경우가 20.3%로 가장 많았고, 생리통(18.9%), 여드름(15.3%), 외음부 트러블(14.9%), 두통(13.4%), 어지럼증(11.6%)이 뒤를 이었다.
보고서는 “단면조사와 패널조사 결과 모두 일회용 생리대에 함유된 화학물질 노출 수준에 따라 생리 불편 증상이 통계적으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라고 밝혔다.
이어 “휘발성 유기화합물 농도가 증가하면서 생리 관련 증상이 발생할 위험이 유의하게 늘었다”라면서 “일회용 생리대 속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생리 중 외음부 가려움증, 통증, 뾰루지, 짓무름, 생리통, 생리혈 색 변화, 두통 등의 위험을 높이는 것이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연구 통계학적 결과와 화학물질 피부 자극성 등을 고려할 때 화학물질 노출도 (생리) 불편 증상과 관련한 여러 가능성 있는 요인 중 하나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보고서는 생리 불편 증상 발생에 일회용 생리대 사용 시 물리적 자극과 함께 개인 질병력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했다.
또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할 때 얼마나 화학물질에 노출되는지는 추정값을 적용해 실제 흡수량을 확인하지 못한 점 등은 조사의 한계라고 밝혔다.
 | | 정의당 강은미 의원. 강은미 의원실 제공 |
환경부도 보고서를 토대로 “일회용 생리대 사용에 따른 휘발성 유기화합물 노출과 주관적으로 느끼는 생리 불편 증상 간 관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라고 밝혔다.
다만 “역학적 관찰연구 결과로 화학물질이 생리 불편 증상의 직접적 원인이라고 인과관계가 확인된 것은 아니다”라면서 “(이번 조사가) 초기 단계 연구인 만큼 추가연구 등을 검토하겠다”라고 설명했다.
식약처는 “이번 조사에서 일회용 생리대 사용과 불편감 간 관련 가능성은 보였으나 건강검진에서 별도 특이사항이 발견되지 않았다”라면서 “2017년부터 생리대 함유 화학물질 위해성 평가를 한 결과 위해한 수준이 아니었고 이에 일회용 생리대를 계속 사용해도 된다고 판단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일회용 생리대 건강영향조사 결과 보고서는 정의당 여성위와 여성환경연대 등 시민사회가 조사를 청원한 지 5년이 지나서야 공개됐다.
강 의원은 지난 7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조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으려는 식약처를 질타했고, 전날 종합감사에서도 끈질기게 자료 제출을 요구해 자정에 가까운 시간이 돼서야 식약처의 자료 제출 약속을 받아냈다.
강 의원은 “식약처가 국민의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를 이렇게 감추려고 한 것은 결국 기업의 이익을 위한 것”이라며 “이런 태도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때와 똑같다.
식약처는 민관협의회 결과 및 결과보고서에 결론대로 하루빨리 생리대 노출·독성평가를 착수해 후속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고 강하게 질타했다
환경부 측은 조사가 지난해 4월 끝나긴 했지만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을 고려해 조사 후 6개월간 12차례 민관공동협의회 논의와 식약처 검증을 거치느라 공개가 늦어졌으며 의도적으로 공개를 늦춘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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