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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름대교 파괴, 푸틴에 실질적·상징적 ‘치명타’…“더 큰 도박 가능성도”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2-10-09 14:28:36

러시아군 보급에 치명타…"크림대교 완전복구에 몇달"

전쟁의 승패는 ‘보급’에서 갈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크라이나가 8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주요 육상보급로인 크름대교를 폭파한 것은 러시아군에 실질적·상징적 치명타를 안겼다.
이때문에 개인적으로도 상당한 모욕감을 받았을 것으로 추정되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향후 어떤 선택을 할 지에 전 세계의 관심이 모인다.

8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에서 폭발이 일어나 불꽃과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이날 오전 크름대교 자동차 교량을 지나던 트럭에 실린 폭탄이 터져 철교의 화물열차 연료 저장탱크를 실은 화차에 불이 옮겨붙어 폭발, 다리 일부가 붕괴한 것으로 알려졌다.
AP뉴시스

◆우크라, 러 보급로 맹공…크름대교 대안 찾기 어려워

크름대교의 파괴는 러시아군의 고질적 문제인 보급 차질을 악화시킬 전망이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서방 군사안보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비용, 시간, 안전에서 크름대교와 비교할 대안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는 전쟁 발발 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내 다른 점령지에 군사물자를 조달하는 후방 기지 역할을 해왔다.

크름대교를 사용할 수 없게 됨에 따라 러시아군은 남동부 점령지에 있는 육로를 통해 본토에서 물자를 실어나르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

자포리자주 멜리토폴로 향하는 철도나 도네츠크주 마리우폴, 자포리자주 베르단스크 등 아조우해 해안도시를 끼고 도는 육로 등이 선택지로 거론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그러나 이 같은 대안 도시들은 크름반도보다 우크라이나 전선에 가깝고, 일부는 우크라이나 포대 사거리 안에 있어 쉽지 않은 선택이다.

우크라이나군은 미군에서 지원한 다연장로켓과 무장 무인기(드론)를 이용해 동부전선의 보급선을 집중 타격하고 있다.
특히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은 수십㎞ 밖에 있는 러시아 보급자산을 타격해 러시아 진격을 저지하면서 우크라이나 반격 역량을 키우는 데 크게 기여하고 있다.

본토와 이어진 철로도 남동부 점령지와 모두 이어지지는 않아 한계가 있다.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잇는 항로가 있지만 이 또한 이용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러시아 군사 전문가인 롭 리는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 사이 케르치 해협을 오갈 러시아 수송선이 충분한지 불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크름대교 폭파로 러시아군은 물자 보급뿐 아니라 병력 배치에도 차질을 빚게 될 전망이다.

크름반도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공격을 위한 병력 집결지로 삼아왔던 곳이다.

안드리 자고로드뉴크 전 우크라이나 국방장관은 크름대교 붕괴로 러시아가 자국내에서 전투 부대를 구성하고 우크라이나 배치를 위해 더 먼 거리를 이동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올해 2월 24일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줄곧 보급 취약 문제를 드러냈다.

서방 국방정보 당국은 블라디미르 푸틴 정권이 속전속결을 예상하고 침공을 강행해 지속가능한 보급 계획이 애초 없었다고 보고 있다.

지난 8일(현지시간) 러시아 본토와 크름반도를 연결하는 크름대교(케르치해협 대교)가 파손된 모습. AP연합뉴스

러시아로서는 개전 초 북부 패해 물러난 뒤 남동부 작전의 후방으로 삼아온 크름반도가 불안정해진 까닭에 보급에 더 큰 고민이 생긴 셈이다.

덴마크 교량 설계·건축 전문업체인 COWI의 데이비드 매켄지 기술이사는 월스트리트저널(WSJ) 인터뷰에서 폭발 때문에 크름대교의 구조가 손상돼 완전 복구에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메켄지 이사는 “상당히 큰 화재라서 교량 철골의 강도에 충격이 있을 것”이라며 “교량 상판에 있는 강철이 견딜 수 있는 한계를 넘어 열을 받았을 게 거의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NYT는 크름대교 폭발에 따른 손상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즉각 평가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이 다리를 통한 통행에 지장이 생기면 우크라이나 남부에서 전쟁을 벌이는 러시아의 능력에 심대한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크름대교 상징성도 파괴…“푸틴 폭주할 수도”

크름대교의 파괴는 러시아군 보급로 차단 등 실질적 손해는 물론 상징적 측면에서도 러시아와 푸틴에 상당한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크름대교 개통을 정치적으로 십분 이용해 온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70세 생일 바로 다음날 벌어진 이번 사건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여길 가능성이 크다.

지난 2018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크름반도 케르치 인근에서 열린 크름대교교 1차 개통식에 참석해 개통을 축하하며 직접 트럭을 몰고 다리를 주행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는 2018년 5월 18일 이 다리의 개통식을 주재하면서 오렌지색 카마즈 트럭을 직접 몰아 다리를 건너는 이벤트를 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푸틴은 이 다리를 건설하는 것이 제정 러시아 시절을 포함해 여러 시대에 걸쳐 꿈이었다.
1930년대, 1940년대, 1950년대 등에도 아이디어가 나왔으나 이뤄지지 않았다.
개통식에서 푸틴은 “여러분들의 노고와 재능에 힘입어 기적이 성취됐다”고 역사적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런 전략적·상징적 가치 때문에 러시아는 이 다리가 공격당할 경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를 폭격하겠다고 올해 6월 공언하기도 했다.

실제 이번 크름반도 파괴 후 푸틴 대통령이 체면을 유지하고 러시아 내에서 흔들리는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강한 보복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관측도 있다.

CNN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어려움을 겪음에 따라 현재 러시아 내에서 푸틴의 입장이 2000년 집권 이래 가장 취약한 상태인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CNN은 “(푸틴 입장에서) 실패를 인정하는 것은 이 단계에서 내키지 않는 일일테고, 더 큰 도박을 하는 것이 더 쉬운 길처럼 보일 수도 있다”며 푸틴이 실패를 인정하지 않고 판을 더욱 키울 경우 우크라이나 침공 시도나 푸틴 정권 자체가 ‘완전한 붕괴’를 맞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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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을 예상하고 침공을 강행해 지속가능한 보급 계획이 애초 없었다

20:34:57 *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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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전속결을 예상하고 침공을 강행해 지속가능한 보급 계획이 애초 없었다

20:34:59 * 점아이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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