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피해자 고통 공감하지 않고 증거 인멸"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관련해 유해성 자료를 은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철 전 SK케미칼 부사장이 1심에서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주진암 부장판사는 30일 증거인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박 전 부사장과 함께 증거인멸 혐의로 넘겨진 SK케미칼 임직원들은 징역 10개월~1년 6개월을 선고받았다.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특별법' 위반 혐의로 함께 기소된 SK케미칼, SK이노베이션 법인은 무죄를 선고받았다.
박 전 부사장 등은 SK케미칼 전신인 유공이 가습기살균제를 개발할 당시인 1994년 10월~12월 서울대에 의뢰한 유해성 실험결과를 고의로 숨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들이 2018년 1월께 환경부 현장조사에서 서울대 연구팀이 실시한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실험 연구보고서를 숨겼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열린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을 엄벌해 법의 준엄함을 일깨워줘야 한다"며 박 전 부사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재판부는 박 전 부사장 등이 가습기살균제 관련 보고서 원본을 은닉한 혐의는 유죄로 보기 어렵다면서도, 피고인들이 함께 공모해 사본의 일부를 은닉했다고 봤다.
또 전 SK케미칼 임직원 일부는 검찰 압수수색을 예상하고 보고서에서 독성물질 'PHMG' 관련 성분부분을 삭제함으로써 증거를 인멸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박 전 부사장 등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가 고통을 겪는 상황에서 정확한 사실을 파악하는 의무를 다해야하나 피해자들의 고통에 공감하지 않았다"며 "사실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않거나 부정확한 것을 알리며 증거자료를 은닉하거나 없애려고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시 가습기살균제 사건 TF에 참여한 SK케미컬의 임직원들 역시 증거인멸에 깊이 관여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가습기살균제 참사 피해자들이 지난해 9월27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정문에서 SK케미칼 박철 전 부사장과 등의 1심 공판 방청을 앞두고 처벌을 촉구하며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김현주 기자 hj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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