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수도 멕시코시티가 재택근무 차 몰려든 미국인들 탓에 임대료 상승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 | 게티이미지뱅크 |
23일(현지시간) CNN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원격근무가 보편화하면서 미국인들 사이에서 멕시코시티가 인기 재택근무지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아파트 임대 수요가 늘어나 멕시코시티 주민들이 임대료 상승의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는 모습이다.
미 국무부가 추정하는 멕시코 거주 미국 시민은 160만명가량이다.
다만 관광비자로 임시 체류하고 있는 규모는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확실한 것은 관광비자로 멕시코에 들어오는 미국인이 최근 급증했다는 점이다.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관광비자로 멕시코에 입국한 미국인은 530만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같은 기간 대비 100만명 늘어난 규모다.
멕시코시티에서 부동산 중개업을 하는 에디타 노레즈코는 매주 수십 통씩 미국인들의 전화를 받는다고 밝혔다.
그는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전화를 받는 경우가 많다”며 “미국의 높은 인플레이션을 피하고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이득을 보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했다.
에릭 로드리게스(37)도 그들 중 한명이다.
그는 조부모가 멕시코인이지만, 멕시코시티로 온 이유가 뿌리를 찾기 위해서는 아니라고 인정하며 “양질의 생활 방식을 즐기며, 돈을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미국에 본사를 둔 경제개발 분석 업체에 몸담고 있으면서 원격근무 중인 그는 “여기서는 침실 하나 딸린 아파트를 월 800달러(약 107만원)면 임대할 수 있지만, 원래 살던 샌디에이고에서는 2500달러(335만원)를 내야 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임대업을 하는 사람들은 미국인들의 수요에 맞춰 아파트를 리모델링하고, 이에 따라 임대료는 올라가고 있다.
1968년 베이커리로 시작해 최근까지 4층 건물의 1층에서 식당을 운영한 산드라 오르티스는 2개월 전 높은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고 쫓겨났다.
그가 쫓겨난 건물은 현재 고급 아파트로 개조되고 있다.
미국인들 유입으로 이익을 챙기는 사람은 소수고, 다수의 현지인은 피해를 보고 있다는 불만이 나온다.
부스토스 고로즈페는 “주민들은 높아진 임대료를 지불할 수 없어 결국 쫓겨난다”고 털어놨다.
현지인들에게 인기를 끄는 식당이나 카페에서는 스페인어보다 영어가 더 많이 들리기도 한다.
현지인이 오히려 소외감을 느낀다는 얘기도 나온다.
고로즈페는 “외부인을 증오하는 건 아니지만, 현지인이 영어를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의 가정은 일부 주민에게 좌절감을 안긴다”고 했다.
이지민 기자 aaaa3469@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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