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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조용하니 참말로 좋네예”… 文사저 경호구역 확장 첫날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2-08-23 06:00:00

文사저 경호구역 확장 첫날, 평산마을 표정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경찰 배치
차량·방문객 검문검색 삼엄·고요
일부 유튜버 방송 중 내쫓기기도
文퇴임 후 105일 만에 소음 해방
주민 “일상 회복”… 관광객도 “힐링”
구속 1인시위자, 文부부 맞고소

“아이고 말도 마이소. 세상 조용하니 참말로 좋네예.”

22일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있는 경남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평산마을 입구. 아직 여름이 물러가지 않았다고 시위하는 듯 매미가 마을 여기저기서 울어댔다.
길에서 만난 70대 할아버지는 “최근 집회·시위 소음 때문에 제대로 들리지도 않던 매미 우는 소리가 이렇게 반갑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사저 밖 김정숙 여사 김정숙 여사가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인근 경호 구역을 확장한 첫날인 22일 사저 밖에 앉아 있다.
양산=뉴스1

이날 찾아간 평산마을은 여느 시골 마을처럼 조용했다.
문 전 대통령이 퇴임한 지난 5월10일부터 울려 퍼지던 집회·시위의 확성기와 마이크 소음은 모두 자취를 감췄다.

이날은 대통령 경호처가 문 전 대통령 사저 경호구역을 사저 울타리에서 300m 떨어진 곳까지 넓힌 첫날이다.
기존에는 사저 울타리까지만 경호했다.
경호 강화에 따라 사저에서 300여m 떨어진 평산마을 입구 음식점부터 지산마을 마을버스 종점 사이 곳곳에 ‘여기는 경호구역입니다.
교통관리 및 질서유지에 적극 협조 부탁드립니다’라고 적힌 안내간판과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입구에는 대통령 경호처 직원들과 경찰들이 배치돼 있었고, 경호원들은 차량과 방문객에게 방문 목적 등을 확인한 후 통과시켰다.

사저 맞은편 도로에는 10여명이 그늘 아래서 1인 방송이나 1인 시위를 하고 있었는데 주민들을 불편하게 만드는 소음은 없었다.
문 전 대통령 비방 현수막도 모두 사라졌다.

경호구역이라고 해서 집회나 시위를 원천 차단할 수는 없다.
다만 대통령 등의 경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경호구역에서 질서유지, 검문검색 등 위해 방지에 필요한 안전 활동을 할 수는 있다.
이에 따라 이날 오전 사저 인근에서 방송 중이던 유튜버가 경호처 직원들에 의해 경호구역 밖으로 쫓겨났다.
사저 경호 강화 이후 행해진 첫 물리적 조치였다.

“가방 안 좀 봅시다”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 경호 강화 첫날인 22일 사저에서 300여 떨어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 입구에서 경호처 직원이 방문객 가방을 검색하고 있다.
이날부터 사저 반경 300 지점에서 대통령 경호처 직원과 경찰이 방문객을 상대로 위험물질 등을 검문 검색한다.
양산=연합뉴스

강화된 경호 덕분에 문 전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40분쯤 처음으로 낮 시간에 평산마을을 산책했다.
지난 5월 10일 귀향한 후 105일 만에 첫 일과시간 산책이라고 사저 비서진은 설명했다.

문 전 대통령은 산책 중 만난 마을주민과 악수하거나 관광객의 사진촬영 요청에 응했고, 이웃집에 들러 차를 마셨다.
사저 외곽을 경비하는 경찰에게는 “고생이 많다.
덕분에 오늘 많이 좋아졌다”고 했다.

평산마을 주민과 지지자들은 오는 28일 사저 인근 이웃집 정원에서 인근 고등학교 오케스트라를 초청해 작은 음악회를 여는 등 문 전 대통령 퇴임 100일을 기념하는 조촐한 행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산마을이 다시 평온을 찾자 주민들은 반색했다.
사저 인근 주민 신한균(62)씨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려간 것 같다”며 “옛날 평화롭던 마을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다”고 웃었다.

사저에서 100여m 떨어진 곳에 48년째 살고 있는 김성태(67)씨는 “집회가 한창일 때는 너무 시끄러워 보청기를 뺀 채 밭에 가서 고추를 살폈는데 오늘은 예전처럼 조용해 다시 보청기를 끼니 일상을 되찾은 거 같아 정말 좋다”며 “이 평온이 앞으로도 계속 유지됐으면 좋겠다”고 흐뭇해했다.

경남 양산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16일 문재인 전 대통령 비서실 인사를 커터칼로 협박하는 등 소란을 피운 평산마을 장기 1인 시위자를 특수협박 혐의로 체포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용해진 평산마을이 반갑기는 관광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부산에서 친척과 놀러 왔다는 신영한(60)씨는 “겸사겸사 친척과 찾아왔는데 뉴스에서 봤던 것과는 달리 너무 조용해 평화롭다는 느낌마저 든다”고 말했다.

한편 문 전 대통령 퇴임 후부터 사저 인근에서 장기 1인 시위를 하다가 지난 18일 특수협박 등의 혐의로 구속된 A(65)씨가 문 전 대통령 부부를 맞고소했다.
A씨는 ‘문 전 대통령은 간첩이다’, ‘김정숙 여사가 나에게 모욕감을 줬다’는 취지의 고소장을 작성해 경찰에 제출했다.
양산=강승우 기자 ksw@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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