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60시간 만에 시신 발견
지인 “지원금 다 쓴 후 금전 고민”
남긴 쪽지엔 “못 읽은 책 많은데”
올해 초 보육원에서 나온 새내기 대학생이 금전 고민과 독립생활에 대한 불안감을 견디지 못하고 방학 중 홀로 지내던 기숙사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22일 광주 광산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전 10시 5분쯤 광산구 한 대학교 강의동 건물 뒤편 바닥에서 A(18)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이 학교 내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인한 결과 A군은 지난 18일 오후 4시 25분쯤 건물 옥상에 혼자 올라가 스스로 뛰어내렸다.
 | | 사진=연합뉴스 |
A군은 이 대학에 합격한 올해 초 보육원을 나와 기숙사에서 생활했다.
A군은 보육원에서 나오면서 700만원의 지원금을 받았다.
경찰은 지원금 가운데 1년치 기숙사비 등으로 사용하고 200만원이 남은 것으로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은 1년치 기숙사비를 선납했다”며 “도박이나 유흥비 등으로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A군은 올해 초 해당 대학 사회복지학과에 입학하면서 보육원을 퇴소했다.
보육원생은 대학에 입학할 경우 24살까지 보호기간을 연장할 수 있지만 A군은 퇴소를 선택했다.
A군은 숨지기 사흘 전에 보육원의 상담사에게 금전에 대한 상담을 했다.
A군은 상담사에게 “돈을 너무 많이 써 어떻게 벌어야 할지 모르겠다”며 고민을 털어놨다.
A군은 또 “군대에 가면 장기 복무하면서 사회생활에 필요한 자금을 모아야겠다”고 상담사에게 계획을 말했다.
상담사는 A군에게 “돈을 계획적으로 쓰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고 조언했다.
경찰은 A군이 보육원에서 나와 독립적인 생활을 하면서 심리적인 압박감을 느낀 것으로 보고 있다.
혼자 자립생활을 해야 한다는 강박감이 극단적인 선택으로 이어진 것으로 경찰은 분석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보육원에서 나오면 나홀로 독립해야 한다는 불안감을 갖게 된다”며 “A군의 경우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며칠 전부터 불안 증세를 보였다”고 밝혔다.
 |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
A군은 방학으로 학생들이 대부분이 집에 가면서 사고 당일 기숙사 방에 홀로 있었다.
그가 남긴 쪽지에는 ‘아직 다 읽지 못한 책이 많은데’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 등의 내용이 적혀 있었다.
숨지기 직전 A군이 머문 강의실에서는 술병 등이 발견됐다.
A군은 옥상으로 향한 이후 60여 시간 만에 발견됐지만 그 사이 실종신고는 접수되지 않았으며, 인근 농장주의 신고로 발견된 것으로 알려졌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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