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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져야” vs “기억해야”…세월호 참사 8년, 추모 공간논란 [이슈+]

세계일보 기사제공: 2022-08-22 20:00:00

“세월호 참사 난 지가 벌써 8년 전입니다.
그 정도 했으면 충분하죠.” (50대 직장인 김성현씨)
“아이들이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선 분향소가 남아있어야 합니다.
” (20대 대학생 임효신씨)

지난 4월14일 오전 전남 목포시 목포신항에 세월호가 거치돼 있는 모습. 세월호는 2014년 4월 16일 전남 진도 앞 바다에서 침몰해 3년 뒤인 2017년 4월 11일 인양돼 목포신항으로 옮겨졌다.
뉴시스

2014년 4월16일 전라남도 진도군 관매도 부근 해상에서 세월호가 전복됐다.
대한민국의 해난사고 중 다섯 번째로 많은 사상자를 낸 참사에 수 많은 국민의 애도가 이어졌다.

8년이 지난 지금, 세월호 분향소는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운명이다.
전주시 풍남문 광장의 세월호 분향소와 서울시의회 본관 앞에 있는 세월호 기억공간이 강제 철거에 위기에 처했다.
‘피해자들을 기억해야 한다’는 입장과, ‘이젠 기억에 묻어두자’는 입장이 나뉘고 있다.

22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광화문 광장에서 서울시의회 앞마당으로 자리를 옮겼던 세월호 기억공간이 다시 위기에 처해있다.
지금 있는 부지의 사용 기한이 이미 종료됐다는 이유인데, 서울시의회 사무처는 기한 연장 불가 방침을 고수하고 있고, 민주당 의원들은 관련 TF팀을 꾸려 대응하기로 했다.

이 기억공간의 부지 사용 기한은 지난 6월30일로 이미 끝났다.
서울시의회는 지난달 세월호 기억공간에 대한 철거 방침을 공식화한 상황이다.
오는 2024년까지 안산시에 조성될 4.16 생명안전공원 등 국가적 차원에서 이미 대안이 마련됐기 때문에 서울시의회 앞에 유지할 이유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최근 서울시의회 민주당 의원들은 세월호 기억공간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에 고민해 보자는 취지로 대안 마련을 위한 TF팀을 구성했다.
TF 단장인 이병도 서울시의회 의원은 “기억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공감대는 굉장히 넓게 있기 때문에 그 기억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합리적으로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1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앞에 위치한 세월호 기억공간. 뉴시스

전북 전주시 전동 풍남문 광장에 있는 세월호 분향소도 곧 없어질 운명에 처했다.
전주시가 강제 철거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앞서 전주시는 지난 6월27일 세월호 분향소 측에 자진 철거를 구두로 요청한 뒤 사흘 만에 전기를 끊었다.
이후 지난달 세 차례에 걸쳐 ‘7월 말까지 자진 철거 및 원상 복구’를 촉구하는 계고장을 보내는 등 이달 초 행정대집행을 예고했다.

이런 분향소 강제 철거를 두고는 찬반이 엇갈린다.
전주시는 “8년간 세월호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희생자 유가족과 슬픔을 함께한다는 의미로 무단 점거를 용인했으나 시민과 주변 상가로부터 꾸준히 민원이 제기돼 철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시민단체들은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세월호 침몰 원인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희생자를 추모하는 공간마저 없앨 수는 없다”고 주장한다.
민주노총·정의당 등 20여 개 시민·사회단체는 지난 15일 날 전주시청 앞 노송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적 참사인 세월호를 기억하기 위해 분향소는 유지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분양소와 기억소 등 세월호 관련 설치물의 철거 문제를 두고 찬반으로 의견이 나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국가적 참사인 만큼 안전에 대한 경각심 등을 이유로 설치물을 보존해야 한다는 의견과 8년의 세월이 지났기 때문에 이제 설치공간을 일반 시민에게 돌려줘야 한다는 의견이 나뉘는 것이다.

2020년 4월16일 전북 전주시 전주 풍남문광장 세월호 분향소에 놓인 노란 리본 그림에 사상자들의 사진이 담겨 있다.
사진은 그림과 사진을 다중촬영한 모습. 뉴시스

그렇다면 여론조사 결과는 어떨까. 지난해 8월 세월호 기억·안전 전시공간의 재설치 방안에 대해서는 반대 여론이 더 높았다.
당시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전국 만 18세 이상 10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2％는 광화문 광장에 재설치할 필요가 없다고 답했다.
원래대로 광화문 광장에 재설치해야 한다는 응답은 30.8%였다.
구조물 대신 표지석 등 다른 방법이 필요하다는 15.6%, 잘 모르겠다는 11.7％였다.

이런 세월호의 반대 여론에는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의 피로도가 높아졌다는 게 한몫한다.
을지로에 근무하는 한 대기업 직장인 김모(55)씨는 “8년이면 기억할 만큼 한 것 아니냐”며 “과거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 등 참사들이 많았지만 이렇게 정치적으로 시끄러웠던 사건은 없었다”고 말했다.
그의 말대로 세월호 참사는 502명이 사망한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와 269명이 사망한 창경호 침몰 사고, 362명이 사망한 남영호 침몰 사고, 292명이 사망한 서해훼리호 침몰 사고 이후 5번째로 많은 인명 피해를 낸 재난 사고다.

정치적 논리로 수사 등이 진행됐다는 비판도 여전하다.
세월호 참사 보고 시점 등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를 제출한 혐의로 기소돼 1·2심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 대법원은 지난 19일 무죄 취지로 사건을 파기 환송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관련 보고를 수시로 했다는 답변서는 사실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김장수,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도 무죄가 확정됐다.
2018년 3월 기소된 지 4년 5개월 만에 ‘세월호 7시간’ 의혹과 관련해 기소된 3명이 모두 무죄판결을 받았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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