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살 표적된 알렉산드르 두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돼야” 주창
제국의 부활 강조… 전쟁명분 제공
NYT·CNN “우크라 침공 기획자”
러 당국, 배후에 우크라 연루 시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철학자로 불리는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60·사진) 암살 표적(추정) 사건의 파장이 커지고 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서 차를 몰고 가던 딸을 의문의 폭발로 잃은 두긴은 러시아에서 영향력 있는 극단적인 민족주의 철학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은 21일 두긴이 ‘우크라이나 침공의 기획자’, ‘푸틴을 전쟁으로 이끈 영적인 안내자’라서 암살 표적이 됐다고 했다.
CNN은 그를 ‘러시아 우크라이나 침공의 영적인 안내자 또는 설계자’라고 칭했다.
맹렬한 러시아 민족주의의 최고위 성직자’라고도 했다.
NYT는 두긴이 러시아 제국의 부활을 강조하고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이 된 유라시아리즘의 창시자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쟁을 결심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당초 공산주의에 반대하는 반체제 인사였던 두긴은 1990년대 소련이 해체될 무렵 서방의 영향력에 대항해 러시아가 세계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유라시아리즘을 주창했다.
 | 러시아 연방수사위원회 요원들이 21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에서 극우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 다리야 두긴이 몰던 차량이 폭발한 현장을 조사하고 있다.
모스크바=AP연합뉴스 |
이 극우 민족주의 사상은 최근 몇 년 사이 러시아 정치권의 주류로 부상했고 급기야 두긴은 푸틴의 철학자, 푸틴의 두뇌로 불리게 됐다.
2월24일 발표된 “미국이 이끄는 서방에 경도된 우크라이나를 해방할 것”이라는 푸틴 대통령의 전쟁 선언에도 그런 두긴의 철학이 반영됐다고 NYT는 지적했다.
CNN은 두긴이 러시아를 서구의 타락에 저항하는 유라시아 제국의 중심으로 보는 이른바 러시아월드의 정신적 토대를 놓은 인물이자, 푸틴 대통령의 팽창주의 외교정책 입안자라고 평가했다.
두긴이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강제병합을 앞두고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일부라는 노보로시야(새로운 러시아)란 개념을 되살려 명분 개발에 일조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2015년 미국의 제재 명단에 올랐다.
두긴은 푸틴 대통령의 열렬한 지지자다.
2007년에 쓴 ‘푸틴 대 푸틴’이라는 책에서 푸틴이 실증적이고 조심스러운 달과 같은 속성과 유라시아 제국의 부활, 서방과의 대결에 몰두하는 태양과 같은 속성 등 두 가지 특질을 지녔다고 극찬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 3월에는 현지 매체에 “태양 같은 푸틴이 승리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당국의 수사가 우크라이나를 배후로 지목할 가능성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마리아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텔레그램을 통해 “당국이 두긴 딸의 죽음에 우크라이나가 연루돼 있다고 판단하면 우크라이나가 ‘국가 테러리즘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나기천 기자 n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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