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이후 중단됐던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재추진
서울시가 집중호우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기 위해 10년간 총 4조5000억원을 투자한다.
강남역 일대와 도림천 등 6곳에는 1조5000억원을 들여 지하에 빗물이 빠져나갈 거대한 터널을 만든다.
하수관로 정비, 빗물펌프장 등에도 3조원을 들인다.
시는 이를 통해 강남의 경우 100년 빈도로 발생하는 시간당 110㎜의 강우도 견딜 수 있도록 하겠다고 10일 밝혔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9일 빗속에 현장을 다니면서 기존 서울시 수방시스템의 문제와 해법을 발견할 수 있었다”며 “오늘 수해재난으로부터 안전한 서울을 만들기 위한 계획을 말씀드리고자 한다”고 전했다.
 | 오세훈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구로구에서 전날 내린 폭우로 산사태가 발생한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서울시는 우선 2011년 이후 중단됐던 6개의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재추진한다.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은 빗물이 빠져나갈 수 있도록 지하 깊은 곳에 묻은 직경 수미터 가량의 터널이다.
시는 정부와 10년간 1조5000억원을 집중 투자해 상습 침수지역 6곳에 빗물저류배수시설을 만든다.
침수 피해가 컸던 강남역 일대, 도림천과 광화문 지역은 2027년까지 사업을 완료한다.
강남역 일대 빗물저류배수시설에 3500억원, 도림천 빗물저류배수시설에 3000억원을 투입한다.
2단계는 동작구 사당동 일대, 강동구, 용산구 일대가 대상이며, 2030년까지 순차적으로 진행한다.
나머지 3조원은 기존 하수관로 정비, 소규모 빗물저류조, 빗물펌프장 등에 투자한다.
시는 이를 통해 현재 30년 빈도 95㎜의 강우가 기준인 시간당 빗물 처리용량을 최소 ‘50년 빈도 100㎜’까지 올리기로 했다.
항아리 지형인 강남의 경우 ‘100년 빈도, 110㎜’까지 감당할 수 있도록 한다.
이 사업에는 재난기금 등 재원이 즉시 투입된다.
시는 올해 하반기 타당성 조사를 하고 내년 예산에 설계비를 반영하는 등 속도를 내기로 했다.
시는 “대심도 터널공사는 대규모 재정투자가 필요하고 현재와 미래세대를 위한 중장기 투자 사업”이라며 “시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선제적 투자인 만큼 서울시는 열악한 재정여건에도 필요할 경우 지방채 발행을 통해서라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부에 국비 지원을 요청해 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 회의에서도 국비 지원에 대해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 오세훈(오른쪽) 서울시장이 9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서 폭우로 고립돼 일가족 3명이 사망한 반지하 주택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서울시 제공 |
오 시장은 2011년 발표한 7개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 설치 계획이 박원순 시장 시절 무산된 점도 언급했다.
그는 “2011년 7월 우면산 폭우 이후 침수취약지역에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을 확충하는 등 시간당 100㎜ 폭우를 감당할 수 있도록 10년간 5조원을 투자하고 장기적으로 17조원 이상을 투자하는 사업을 발표했다”며 “하지만 지난 10년간 계획 변경이 이뤄졌고 실제로는 신월 시설만 완료됐다”고 밝혔다.
신월의 경우 2020년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깔렸다.
오 시장은 “대심도 빗물저류배수시설의 유효성은 금번 폭우사태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시간당 95~100㎜의 폭우를 처리할 수 있는 신월 빗물저류배수시설이 건립된 양천 지역은 침수피해가 전혀 발생하지 않은 반면, 빗물저류배수시설이 없는 강남 지역은 시간당 처리능력이 85㎜에 불과해 대규모 침수피해로 이어진 것이 단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오 시장은 이번 폭우 피해에 대해 “천만도시 서울시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침수피해 가정과 상가 원상복구를 위한 지원과 도로, 하천의 긴급복구를 신속하게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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