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와 美 수교 100년
특별히 축하 성명 발표… "동맹 방어할 의지 확고"
“미국은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 동맹국 영토의 단 1인치(2.54㎝)조차도 반드시 지켜낼 것이다.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에 대한 방어 의지를 확고히 천명했다.
북유럽 발트해에 면해 흔히 ‘발트3국’으로 불리는 이 나라들은 국토 면적이 좁고 인구가 적어 소규모 군대를 갖고 있는데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는 등 지정학적 여건이 무척 취약하다.
그 때문에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부터 ‘러시아가 발트3국을 공격해 순식간에 점령해 버리는 경우 과연 미국이 반격에 나설까’ 하는 의구심이 꾸준히 제기돼 왔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이를 말끔히 불식한 것이다.
 |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통화하는 모습. 바이든 대통령 SNS 캡처 |
28일(현지시간) 미 백악관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미국과 발트3국 수교 100주년을 맞아 특별히 축하 성명을 발표했다.
17세기부터 제정 러시아 지배를 받아 온 발트3국은 제1차 세계대전 도중인 1917년 러시아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나 제정이 무너지자 독립을 선포했다.
1차대전 종전 이후인 1920년 국제사회는 이들 세 나라의 독립을 정식으로 승인했고, 이에 미국도 1922년 7월28일 발트3국과 외교관계를 맺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성명에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의 자유와 주권에 대한 미국의 신념은 확고하다”며 “우리의 오랜 우정을 축하한다”고 밝혔다.
발트3국은 1939년 뜻밖의 시련에 직면한다.
그해 8월 히틀러의 나치 독일 정권과 공산주의 소련 스탈린 정권 간에 체결된 독·소 불가침조약에는 독일이 ‘발트3국은 소련의 영향권에 속한다’고 인정하는 내용의 비밀 조항이 담겼다.
1939년 9월1일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소련은 이를 기회 삼아 발트3국에 “주권을 양도하지 않으면 군대를 진주시키겠다”고 협박을 가했다.
국력이 약한 세 나라는 결국 굴복했고 이듬해인 1940년 소련은 군대를 보내 3국을 강제로 점령했다.
이때부터 1991년까지 50년 넘게 소련의 가혹한 점령통치를 받다가 소련이 해체되며 비로소 다시 독립국이 되었다.
 | |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왼쪽)가 2021년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따로 만나 대화하는 모습. 칼라스 총리 SNS 캡처 |
바이든 대통령은 이같은 역사를 언급하며 “1940년 미 국무부는 당시 섬너 웰스 차관 명의로 발표한 ‘웰스 선언’에서 소련에 의한 발트3국 강제합병을 인정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고 소개했다.
이어 자신이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활동하던 2004년 미국이 주도하는 나토가 발트3국을 회원국으로 맞아들인 점을 강조하며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과거 러시아 및 소련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겪었던 발트3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다음은 우리 차례가 되는 것 아니냐”며 극도의 안보 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미국의 동맹이 되었다고 안심할 수 없는 것이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 같은 이는 “발트3국이 러시아의 공격을 받았다고 미국이 러시아와 전쟁을 하는 게 말이나 되느냐”는 얘기를 공공연히 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바이든 대통령은 동맹 방어에 대한 미국의 의지는 확고하다는 점을 거듭 천명했다.
그는 성명에서 “미국은 자유, 민주주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동맹과 단결한다”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맞서 러시아의 책임을 묻기 위해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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