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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들 이렇게 화난 건 항일 운동 이후 처음" 폭발한 불교계, 사과도 무용했다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2-01-21 19:55:50

[아시아경제 임주형 기자] "나도 50년 동안 불자 생활을 했어요. 그런데 스님들이 이렇게 모인 건 태어나서 처음 봅니다.
"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전국승려대회'가 강행된 21일 오후, 은혜 스님은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목소리는 침착하고 평온했지만, 눈자위에는 눈물이 번져 있었다.


스님은 "원래 불자들은 이런 단체 행동을 거의 하지 않는다.
오래전 일제 강점기 때 항일 운동할 때나 이렇게 모였다고 한다"라며 "그러니까 어찌 보면 지금 행정부와 불교계의 갈등이 정말 심각하다는 뜻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갈등의 불씨가 본격적으로 점화하는 계기가 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른바 '사찰 통행세 발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저도 젊었을 때 사찰에서 입장료 관리하는 업무를 봤었다.
그런데 거기서 받는 돈이 다 사찰로 들어가는 게 아니고 군수, 유지보수 등 비용을 대는 것도 포함된다"라며 "1700년 동안 불교 유물들을 어렵사리 지켜왔다.
그런데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나"라고 일갈했다.


대선을 47일 남겨두고 불심이 들끓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승려 5000여명이 모여 정부의 '종교 편향'을 규탄하고 나섰다.
이날 행사에서 정 의원이 직접 사과하기 위해 조계사를 방문했지만 입구에서 발길을 돌려야만 했고, 문화체육관광부장관의 사과 영상은 군중의 야유 및 반발 목소리에 묻히기까지 했다.


문체부 장관 사과 영상까지 고성에 묻혀…불타는 불심


이날 승려대회는 오후 2시부터 3시25분까지 진행됐다.
승려들은 조계사 앞에 마련된 좌석에 앉아 영상 및 연설을 시청했다.
조계사 내·외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사찰 입구 바깥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종교편향 불교왜곡을 규탄한다"는 피켓을 든 신도들과, "코로나 시국에 승려대회? 정치 개입성 애종심 강요"라는 팻말을 든 이들이 대치하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평온하고 경건한 분위기에서 행사가 진행됐다.



대회는 그동안 정부가 불교계에 저지른 결례에 관한 내용을 담은 동영상을 시청하는 것으로 시작됐다.
이후 단상에 선 한국불교종단협의회 사무총장인 도각스님은 연설문에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취임 축복 미사를 드리고, 해외순방길에는 빠짐없이 성당을 방문하며 국가원수로서는 매우 굴욕적인 '알현'이라는 표현까지 써가며 우리 민족의 평화를 교황에게 부탁하는 등 특정 종교에 치우친 행보를 해왔다"라며 "대통령 개인의 종교적 신념이 공공의 영역에 투영돼 정부와 공공기관의 사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사찰과 스님들을) '통행세' 받는 산적 취급하고, '봉이 김선달'에 비유해 사기꾼 집단으로 몰고 있다"라고 격정적으로 토로했다.



승려들의 발언이 이어지면서 좌중들 사이에서도 점차 분노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갈등은 송영길 민주당 대표, 정 의원 등 여당 인사들이 직접 단상에 올라 사과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정점에 달했다.
정 의원은 조계사 입구까지 왔으나 끝내 통과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고, 송 대표의 사과문 발표 또한 긴 면담 끝에 무산됐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사과 영상' 송출 또한 성난 좌중의 함성 때문에 묻혀 결국 도중에 종료됐다.
영상 속 황 장관이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
최근 벌어진 일에 대해 정부 또한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라고 입을 여는 순간 군중들 사이에서 "물러가라", "안 돼요 안돼" 등 반발이 나왔다.


이어 황 장관이 "최근 불교계가 제기해주신 종교편향 문제와 관련한 사례들을 미리 헤아리지 못한 점은 송구하게 생각하고 있다.
국민 모두가 작금의 위기를 타개할 수 있도록..."이라고 했지만 "필요 없다", "꺼져라", "다른 거 없어. 너 말고 정청래를 데려와" 등 고함이 이어졌고, 결국 조계종 측은 영상을 도중에 종료할 수밖에 없었다.



정부·여당의 사과가 사실상 무산된 뒤 신자들은 '우리도 참을 만큼 참았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대회를 조계사 내 대형 스크린으로 지켜봤다는 한 50대 신자는 "정부가 이렇게까지 불교를 우습게 보고 업신여기는 데 우리가 왜 계속 참아야 한다는 건가"라며 "지금까지 뭐 하다가 대선이 다가오니까 갑자기 사과를 한다고 호들갑을 떨고, 심지어 그것마저도 아주 조금의 성의조차 보이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또 다른 신자는 "문재인 정부뿐만이 아니다.
이명박 (전 대통령) 때도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한다느니 하는 말을 하지 않았나"라며 "이 나라는 불교 신자를 조금이라도 신경 써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청래 '불교 폄훼' 논란이 기름 부어


불교계와 정부·여당의 갈등은 지난해 10월부터 본격화됐다.
정 의원은 당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문화재청 국정감사에서 해인사 문화재 관람료를 '통행세'로 지칭하고, 이를 걷는 사찰은 '봉이 김선달'에 빗대 불교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송영길 민주당 대표, 이재명 대선 후보는 이를 수습하기 위해 '대리 사과'를 했으나, 정작 정 의원의 사과가 없자 조계종 측 간부급 승려 50여명은 "우리가 먼저 성찰하며 국민께 참회한다"면서 1080배에 들어갔다.


결국 정 의원은 논란의 폄훼 발언 이후 50일이 지난 같은해 11월25일 공식 사과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문화재 관람료는 오랫동안 국민 불편 사항이었고, 그로 인해 문화재를 관리하는 사찰에서도 억울하고 불편한 사항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며 "문화재 개념이 점에서 면으로 확대돼야 한다는 불교계의 지적을 잘 성찰하겠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또 "국립공원 입장료도 국가가 국민에게 돌려줬듯이, 문화재 관람료도 국가가 국민에게 돌려드려야 한다"라며 "문화재보호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가가 문화재 관리비를 지원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 의원은 이날 직접 서울 종로구 조계사를 찾아가 사과 입장을 밝히려고 했으나, 종단 측이 출입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무산되기도 했다.


갈등이 정점에 달하면서 조계종 측에서는 정 의원의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서울 조계사 측은 지난 19일 민주당 당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한국 불교 1700년 역사와 전통을 왜곡한 정청래 의원의 의원직 사퇴를 요구한다"며 "대한민국 2000만 불자에게 상처를 준 것"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나 정 의원은 이같은 요구에 대해 "내 사전에 탈당과 이혼은 없다"라며 완강히 거부했다.
정 의원은 지난 18일 "이핵관(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이 지속적으로 탈당 압력을 넣었지만, 단호히 거절하고 돌려보냈다"라며 "당이 저를 버려도 저는 당을 버리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상황이 이런 가운데, 여당 내부에서도 정 의원을 향한 '자진 탈당' 권유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20일 한 라디오 방송과 인터뷰에서 "솔직히 차마 말은 못 하지만 마음속으로 (정 의원이) 자진해서 탈당해줬으면 하는 의원분들이 주위에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정부선 더욱 신중할 것" 與 거듭 사과


한편 21일 사과를 위해 조계사를 찾았다가 결국 발길을 돌린 송 대표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조계종에 와서 사과의 말씀을 할 기회를 주시겠다고 해서 준비를 했는데, 분위기가 이렇게 됐다"며 "최근 1700여년 한국 불교의 역사와 전통을 헤아리지 못하고 불교계와 국민 여러분께 상처와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 여당 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라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한국 불교가 수호하고 있는 전통문화와 유물의 안전하고 효율적인 관리, 전승을 위해 불교계와 더 적극적으로 소통할 것"이라며 "다양한 정책 대안을 마련하는 데 노력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린다"라고 강조했다.


또 "민주당과 정부는 앞으로 대통령과 정부의 각종 행사, 의전에 있어서 더욱 신중하고 철저하게 말과 햄동을 삼가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할 것"이라며 "특히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어 정부를 구성할 때 더욱 이런 원칙이 잘 지켜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원 또한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지난 몇 달간 저 스스로 많은 성찰과 사색의 시간을 가졌다.
불교계의 고충과 억울한 점도 인식하게 됐다"며 "저로 인해 불교계에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서 참회와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사과를 전했다.


그는 "이번 일을 계기로 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국민과 불교계의 상생발전을 위해 더욱 정진하겠다"라며 "소중한 문화재를 지켜오신 불교계와 스님들의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데 미력하게나마 제 역할을 다하겠다"라고 덧붙였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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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1-2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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