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총리 취임 3개월 만에 최대 정치 위기
사법개혁 반대한 국방장관 해임
시위대 수만명 주요 도로 등 점거
불지르고 총리관저 몰려가 항의
헤르초그 대통령 “입법중단” 촉구
美 뉴욕 주재 총영사는 사의 표명
백악관 “이스라엘 상황 우려” 성명
이스라엘 사법부 무력화 입법을 시도하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좀체 잦아들지 않는 국민 저항과 내각·행정부의 반발, 최대 우방 미국의 경고 카드에 결국 백기를 들 모양새다.
극우 연정을 등에 업고 6번째 총리직에 오르자마자 무리하게 추진한 ‘사법 파괴’ 시도가 네타냐후를 3개월 만의 최대 정치 위기로 몰아넣었다는 평가다.
 | 12주째 계속되는 반정부 시위 이스라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 개혁안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27일(현지시간) 새벽까지 텔아비브에서 12주째 열린 시위를 이어가다 진압 경찰이 쏜 물대포를 피하고 있다.
정부 방침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든 국방장관이 전날 경질되자 시위가 더욱 격화하고 이츠하크 헤르초그 대통령은 입법 절차 즉각 중단을 촉구하는 등 ‘입법부 우위’ 구도를 만들려는 사법 개혁안을 둘러싼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텔아비브=AP연합뉴스 |
이스라엘 현지 언론은 27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가 이른바 ‘사법 개혁’ 입법 중단을 선언할 것으로 보인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전날 사법 정비 입법 중단을 촉구한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을 해임한 뒤 강력한 반정부 시위에 직면했고, 이후 밤새 입법 중단을 놓고 측근들과 논의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날 크네세트(의회) 헌법법률사법위원회가 사법 개혁 핵심 법안에 대한 심리를 마치고, 법안을 본회의로 넘겨 상황을 예단하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AP통신 등 외신은 전날 이스라엘 총리실이 갈란트 국방부 장관의 해임을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갈란트 장관은 전날 TV 생중계 연설에서 “사회의 분열이 군 내부까지 퍼졌다.
이는 국가 안보에 즉각적이고 실재하는 위험”이라며 “(현재 여권이 진행 중인) 입법 절차는 중단돼야 한다”고 정부의 사법 개혁안을 정면 비판했다.
수만명의 시위대는 갈란트 장관 해임이 발표되자 이스라엘 국기를 흔들며 거리 곳곳에 모여들었다.
시위대가 이스라엘 최대 도시 텔아비브의 주요 간선도로를 점거하고 도로 한가운데 대형 모닥불을 피우며 통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일부는 이 나라의 헌법상 수도 예루살렘에 있는 네타냐후 총리의 집 앞에 모여 경찰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날까지 12주째 이어진 시위는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1월부터 밀어붙이고 있는 사법 개혁안에 반발해 일어났다.
대법원의 법관선정위원회 구성을 변경해 정부·여당 추천인이 절대 다수를 점유하고 대법원 판결을 의회 단순 과반수 의결로 무력화하는 것이 골자다.
이를 두고 이스라엘 야권과 시민단체는 사법부 무력화이자 배임·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는 네타냐후 총리를 위한 방탄용이라고 비난했다.
현재 크네세트는 총 120석 중 과반수인 64석이 친(親)네타냐후 인사다.
 |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FP연합뉴스 |
이츠하크 헤르초그 이스라엘 대통령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스라엘 국민의 통합과 책임을 위해 입법 절차를 즉각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네타냐후를 저격했다.
이스라엘 대통령은 형식상 국가 원수로 실권이 없다.
미국 뉴욕 주재 이스라엘 총영사인 아사프 자미르도 입법안에 항의하며 사의를 표명했다.
미국 백악관은 전날 에이드리엔 왓슨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 명의로 이스라엘 사태에 대한 성명을 내고 “우리는 최근 이스라엘 상황을 심히 우려하고 있다”면서 “타협이 더욱 시급해졌다”고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왓슨 대변인은 성명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최근 네타냐후 총리와 논의한 바와 같이 민주주의의 가치는 항상 미국과 이스라엘 간 관계의 특징이었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며 “이스라엘의 안보와 민주주의에 대한 미국의 지지는 변함없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9일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하고 민주 사회는 견제와 균형에 의해 강화된다고 강조하며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 개혁 법안에 사실상의 우려를 전한 바 있다.
이예림 기자, 워싱턴=박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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