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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보같이 보일지 몰라도”…유승민, 국민연금 개혁 칼 꺼내든 까닭
아시아경제 기사제공: 2021-07-24 09:20:00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국민의힘 대선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최근 국민연금 개혁을 발표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이 공약을 '깊은 번민의 결과물'이라고 말했다.
"바보같이 보일지 몰라도, 저는 소명으로서의 정치를 생각했다"고 공약을 발표하며 비장한 심정까지 내비쳤다.


그는 왜 국민연금 공약을 발표하면서 고민에 빠졌을까.



2015년 정치권은 '공무원연금개혁'에 합의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그해 국회에서 한 시정연설을 통해 "향후 30년간 185조원의 세금을 이뤄냈다"고 발표하며 성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무원연금개혁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치적 가운데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이같은 평가가 나오는 이유는 이 과정이 결코 순탄치 않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에서 연금개혁은 대부분 현재 내고 있는 보험료를 늘리고, 미래에 받는 연금 수급액은 줄이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만약 소급적용 조항이라도 개혁안에 담기게 되면 이미 퇴직한 연금생활자라도 더 적은 연금을 받게 된다.
연금은 더 내고, 돌려받는 돈은 더 줄어드는 것이 연금개혁의 실체인 셈이다.
이 때문에 연금개혁 이야기가 나오면 이해 관계자들의 격렬한 저항은 불가피할 수밖에 없다.
특히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연금 개혁은 세대별 갈등까지 촉발할 수 있는 폭탄 같은 사안이다.
유 전 의원은 당시 여당 원내대표로서 이같은 공무원 연금개혁을 진두지휘하며 이해충돌을 직접 경험했던 인물이다.
어려움의 크기를 누구보다 잘 아는 그가 이번엔 국민연금 개혁을 약속했다.


그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남들은 다 퍼주겠다고 달콤한 말을 늘어놓을 때 대선에서 표를 받아야 할 후보가 굳이 이런 인기 없는 공약을 내야 하느냐는 반대의견도 있었다"면서 "최소한 우리 청년들이 돈만 내고 나중에 연금도 못 받는 일은 막아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유 전 의원은 "집값 폭등으로 내집 마련의 꿈을 접고 코인, 주식 투자도 해봤지만 이것마저 여의치 않은 청년들이 지금 월급에서 꼬박꼬박 내고 있는 국민연금조차 나중에 못 받게 되는 것은 정말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유 전 의원은 본지와 전화통화에서 "반드시 개혁을 해야 하는 일, 그것을 하겠다는 것이 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국민연금 개혁을 꺼내든 이유를 담백하게 말했다.
해야만 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연금 개혁은 결코 당위로만 풀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통화에서 그는 개략적인 개혁 방향을 소개했다.
유 전 의원은 그는 "국민연금 수급액을 줄이는 개혁은 힘들다"면서 "지금 국민연금은 2028년이 돼서야 소득대체율(재직 기간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수급 비율)이 40%가 된다.
40% 이하로 줄이면 국민들의 노후가 불안해진다"고 언급했다.
소득대체율 40%는 일단 국민연금 수급액의 최소한의 방어선이라는 것이다.
특히 고령층이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우리 사회의 문제 등을 고려할 때, 국민연금 수급액 자체는 더 늘리지는 못해도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결국 이를 달성하는 방법은 보험료를 높이거나 지급 기간을 줄이는 길 뿐이다.
이와 관련해 그는 "정년을 연장하거나, 60대 초반에 있는 사람이 일을 더 한다거나, 국민연금 수급 개시 시점을 늦춘다거나, (국민연금) 보험료를 올리거나, 세금을 미리 투입하는 등의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년 기한을 손 봐 더 오래 일을 하게 하거나, 고령화를 고려해 연금을 최초로 받을 수 있는 나이를 늦추거나, 보험료를 늘리거나, 다른 분야에 쓰일 세금을 아껴 국민연금에 미리 쌓아두자는 것이다.
어느 쪽도 손쉽지 않은 개혁 방향이다.



유 전 의원은 "(이 과정은) '고통스러운 일'"이라면서도 "이것은 결국 우리의 아들과 딸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자기자식의 문제라는 점 등을 들어 국민들을 설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당장 본인이 부담하는 보험료만 생각치 말고, 자녀가 감당해야 할 부담을 들어 국민들을 설득하겠다는 것이다.
이어 그는 "공약 단계에서 고통스러운 개혁을 약속하는 것은 반드시 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 위함"이라며 "표에 도움 안 되는 공약을 했는데 집권한 뒤에 안 하면 바보 아니겠냐"도 밝혔다.
어렵사리 공약으로 삼은 만큼, 반드시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것이다.


유 전 의원과 가까운 한 전직의원은 "눈에 불 보듯 상황이 뻔한 것을 방치하고 폭탄돌리기 하면서 책임을 전가하는 모습만으로는 더 이상 미래를 보장할 수 없다"며 “정치인이 국민들 표를 의식 안 할 수는 없지만, 달콤한 말만 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보장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옳은 길로 가야 한다는 고민 속에서 국민연금 개혁 아젠다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노동개혁도 조만간 공약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유 전 의원은 "기업과 노조의 양보가 필요한 노동개혁을 발표하겠다"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일들을 다음 정부가 제대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우리 노동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격차가 큰 이중구조라는 점"이라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조 가입자와 비 가입자 사이의 격차가 크다"고 지적했다.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유 전 의원은 "(해고가 좀 더 쉬워지는)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대신 사회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노와 사가 핵심이익을 양보하는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동안 그는 노사정 사이의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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