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봉주 인턴기자] 일본 정부가 일제강점기 조선인들을 강제노동에 동원했던 일명 지옥도라고 불린 나가사키현의 하시마섬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며 '한국인들이 강제징용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알리겠다고 약속했지만, 이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아 파장이 예상된다.

섬 모양이 군함과 비슷하여 일명 군함도로 더 잘 알려진 하시마섬에 대한 각종 기록은 15일 도쿄에 마련된 전시관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그러나 이날부터 공개되는 전시관에는, 한국과 국제사회에 약속한 강제징용 피해자에 관한 내용은 빠져 있다.

일본 정부는 '산업유산국민회의'라는 단체를 통해 도쿄 신주쿠에 있는 총무성 제2청사 별관에 설립한 이 센터를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연다.

당초 3월31일 개관한 이 센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개방이 미뤄져 왔다.

1천78㎡ 규모의 이 센터는 하시마 등 조선인 강제노역 시설 7곳을 포함한 메이지 시대 산업유산 23곳으로 조성돼 있다.

일본은 지난 2015년 메이지 산업유산을 유네스코(UNESCO)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하면서 정보센터에서 강제징용 피해자를 소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일본이 이 센터에는 수백 명의 조선인이 강제징용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다는 내용은 소개되지 않았고, 메이지 산업화 성과를 미화하는 내용 위주로 전시됐다.

도리어 강제징용과 노역은 없었다는 군함도 주민 36명의 사진과 증언이 전시됐다.

태평양 전쟁 때 어린 시절을 군함도에서 보낸 재일교포 2세 스즈키 후미오(鈴木文雄) 씨의 증언 동영상이 특징적이다.

스즈키 씨는 동영상에서 '괴롭힘을 당한 적이 있냐'라는 질문에 "괴롭힘을 당한 적이 없다.
주변 사람들은 너무 친절했다.
"고 답했다.

'채찍으로 맞았느냐'는 질문에는 "당시 조금이라도 탄을 많이 캐는 것이 나라의 정책이었다"며 "채찍으로 때리는 것이 가능했겠느냐"고 답했다.

가토 고코 센터장은 강제징용 피해를 두고 "상황의 피해자"라면서 "여기에는 조선인, 대만인, 일본인이 모두 포함된다.
학대를 받았다는 사람은 없다"며 항변했다.

한편, 메이지 산업유산 중 군함도를 비롯한 야하타(八幡) 제철소, 다카시마(高島)와 미이케(三池) 탄광, 나가사키 조선소 등에는 한국인 3만3천400명이 강제 징용됐고, 군함도에서는 1943∼1945년 500∼800명의 한국인이 강제 노역을 했고, 122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