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2심 재판에서 무죄 선고가 나오자 충격에 휩싸였다.
일단 대법원에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면서 사법 리스크를 재차 부각시키고 있지만 전략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민의힘 지도부는 일제히 사법부의 2심 판결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메시지를 쏟아냈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비상대책회의에서 "사법 시스템의 신뢰는 합리성과 예측 가능성에 토대를 두는데 어제 판결은 모든 것을 무너뜨렸다"며 "법치 수호를 위한 싸움을 결코 멈추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무죄 결정을 내리고 나서 논리를 꿰맞춘 것"이라며 "대법원에서 바로잡아야 사법부의 권위 되살릴 수 있다"고 촉구했다.

당에선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1심과 같은 유죄 판결을 예상했지만 사실상 정반대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판결이 나오기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이 대표에게 2심 결과에 승복할 것을 촉구할 정도로 피선거권 상실형에 무게를 실었다.
한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판결"이라며 "재판관의 정치적 성향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 것으로밖에 볼 수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여권은 일단 이 대표에게 남은 사법 리스크의 불씨를 살리려는 움직임이다.
대법원의 신속한 판결을 촉구하는 한편 다른 재판이 줄줄이 남아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있다.
신동욱 수석대변인은 "이 대표가 '전과 4범'이라는 사실과 '8개 사건, 12개 혐의, 5개 재판'이라는 꼬리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지적했다.
2심 무죄 판결이 오히려 여론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내비친다.
야권에만 유리한 사법적 판단으로 반(反) 이재명 정서가 강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 기각을 바라는 강성 지지층의 결집이 더 강해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부산을 지역구로 둔 한 의원은 "사법부 판결과 국민의 법 감정은 서로 다른 영역"이라며 "일방적으로 누군가의 편을 들어준 판결의 문제점을 계속 지적하고 여론에 호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사법 리스크에 기댄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 대통령이 파면돼 조기 대선 국면이 열릴 경우 이 대표를 흔들 수 있는 핵심 카드가 힘을 잃었다는 이유에서다.
여당은 그간 '이재명 망언집'까지 낼 정도로 이 대표 공세에 화력을 집중해왔다.
조기 대선 시 이 대표의 독주를 막을 뚜렷한 범여권 후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여권 관계자는 "2심 판결 후 사실상 조기 대선 행보에 돌입한 이 대표와 달리 시간도 부족하고 존재감이 뚜렷한 대항마가 없는 점은 고민"이라고 했다.
최유리 기자 yr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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