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윤석열 대통령보다 한덕수 국무총리 파면 여부를 먼저 결정하기로 하면서 여의도 정가의 정치 셈법이 한층 복잡해졌다.
일단 국민의힘은 한 총리 복귀를 전제로, 헌재 선고가 여권에 유리한 요소로 작용하길 기대하는 분위기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탄핵을 강행하며 헌재 압박 수위를 더 높이고 있다.
여야가 극한 대치를 이어가면서 한 총리 복귀 여부와 무관하게 국정 불확실성은 여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는 헌재가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기일을 오는 24일로 확정한 데 대해 21일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최우선 처리하겠다고 한 윤 대통령은 선고 일정도 안 잡혔는데 한 총리 먼저 선고한다니 이를 납득할 국민이 얼마나 되겠느냐"라고 반문하며 "헌재는 오늘 바로 윤 대통령 선고기일을 지정하고 가장 빠른 날 파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최 대행 탄핵 절차는 기존대로 추진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야5당(더불어민주당·조국혁신당·진보당·사회민주당·기본소득당)이 이날 오후 2시 국회 본청 의안과에 최 대행 탄핵소추안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헌재가 오는 24일 오전 10시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를 내리기로 한 만큼 민주당의 최 대행 탄핵소추 실익이 없어졌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그대로 강행하기로 한 셈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최 대행에 대해 "헌법재판관 임명 의무가 있다는 헌재 판결을 3주째 무시하고 있다"며 "최고 공직자가 헌법을 이렇게 무시하면 나라 질서가 유지될 수 있겠느냐"라고 지적했다.
노종면 민주당 대변인은 최 대행 탄핵 무용론에 대해 "직위가 바뀌더라도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쪽이기 때문에 한 총리가 돌아오든 안 돌아오든 책임을 묻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의힘은 헌재 선고 일정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한 총리의 복귀는 시급한 과제였다"며 "비록 헌재의 결정이 늦었지만 환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민주당이 난사한 탄핵소추안이 8대 0으로 귀결됐듯이, 이번에도 당연히 기각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총리가 권한대행 당시 헌법재판관 불임명, 거부권 행사 등 여권의 정치적인 바람과 맞물린 행보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여당은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정부는 별도 입장을 내지 않았으나 한 총리가 돌아올 경우 그간 최 대행에 집중됐던 야권의 압박과 업무 부담이 다소 분산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미 한 총리 복귀에 대비해 준비 중"이라며 "(기각되면) 기재부 범정부 태스크포스(TF) 등도 자연스럽게 해체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헌재가 한 총리에 대해 탄핵 인용 판결을 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순 없다.
민주당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국무회의 과정에서 한 총리의 방임 등 행위가 있었던 만큼 인용 가능성도 있지 않으냐"라고 주장했다.
다만 정치권과 정부 안팎에선 한 총리 탄핵심판 선고 이후에도 국정 불확실성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한 총리가 복귀하면 당장 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상법 개정안 재의요구 여부와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여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을 결정해야 한다.
탄핵소추 전 한 총리 입장을 고려하면 여야 합의 등을 이유로 야당과 맞설 가능성이 크다.
한 총리는 지난달 19일 헌재 첫 변론에서 야당의 탄핵소추 사유를 모두 반박하며 여야 합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황서율 기자 chest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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