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전두환 정권 맞서 23일 단식
DJ 1990년 13일 단식…文·李도 단식 경험
헌재 탄핵심판 결론 앞두고 野 단식 릴레이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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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론을 앞두고 야당 의원들이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3년 9월 단식투쟁 당시 천막에 누워 휴식을 취하는 모습. /이새롬 기자 |
[더팩트ㅣ국회=김세정 기자] 정치인들의 단식투쟁은 '최후의 수단'으로 여겨진다. 군사정권 시절에는 독재에 항거하기 위한 전략이었고, 현대에 들어선 정부와 상대 정당을 압박하는 카드로 활용된다. 국민적 관심을 끌어내기 위한 극한의 방법 중 하나다. 그러나 시대가 변하면서 단식의 무게가 가벼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과거에는 목숨을 건 저항으로 조명됐지만 오늘날에는 지지층을 향한 정치적 퍼포먼스의 성격이 강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짧은 기간의 단식은 진정성이 없는 것으로 비치며 조롱이나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단식투쟁을 벌였다. 전두환 정권이 가택연금을 시키고 정치활동을 금지하자 이에 저항하기 위해 5.18 광주민주화운동 3주년을 맞아 단식에 돌입했다. 구속 인사 석방과 해직 교수 및 근로자와 제적 학생의 복직·복교·복권, 언론자유 보장, 대통령 직선제 개헌, 반민주악법 철폐 등 5개 조건을 요구했다. 단식 8일째에 병원으로 강제 이송됐지만 치료를 거부하고 단식을 이어갔다. 1983년 6월 8일, 23일 만에 단식을 종료하면서 민주화 운동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도 평화민주당 총재 시절인 1990년 10월 8일 노태우 정권에 내각제 개헌 반대와 지방자치제 실시, 군의 정치적 중립 보장 등을 촉구하며 단식을 진행했다. 8일째에 병원에 이송됐으나 13일 만인 10월 20일 단식을 끝냈다. 김 전 대통령의 단식은 후에 지방자치제의 뿌리가 됐다. 이외에도 이기택 전 민주당 총재는 1987년 4·13 호헌 조치 철회를 요구하며 15일간 단식 농성을 벌였다.
2000년대 들어서도 단식투쟁은 계속됐다. 이전의 단식이 저항의 의미가 있었다면 2000년대에 들어서는 정책적 요구의 성격이 강해졌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3년 11월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측근 비리 의혹과 관련한 특검법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 단식에 돌입했다. 최 전 대표는 위염 증세로 인해 초기에는 쌀뜨물을 마신 것으로 알려졌다.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도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시절이던 2003년 10월 이라크전 파병 반대를 외치며 13일간 단식에 돌입했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전 의원도 종종 단식을 했다. 강 전 의원은 민노당 지도부가 2004년 7월 이라크 파병 반대를 위한 단식에 돌입했을 때 동참했고, 같은 해 12월 쌀개방 협상 전면 재협상을 촉구하며 10일간 단식을 이어왔다. 이듬해인 2005년에는 쌀개방 국회 비준안 저지를 요구하며 29일간 단식농성을 벌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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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전 대통령도 단식 경험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뉴시스 |
열린우리당 고 김근태 전 의원과 천정배 전 의원도 FTA 협상 중단을 촉구하며 2007년 3월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천 전 의원은 25일을 버텼다. 현애자 전 민노당 의원도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2007년 27일간 단식을 했다.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과 심상정 의원은 총 30일로 정치인 중 역대 최장 시간 단식을 해냈다. 2011년 7월 13일 진보신당 상임고문이던 두 사람은 한진중공업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고, 30일째인 8월 11일 건강 악화로 중단했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민주당 대표 시절이던 2009년 7월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강행 처리 저지를 위해 5일간 단식농성을 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도 단식 경험자다.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문 전 대통령은 2014년 8월 세월호 참사 유가족 김영오 씨의 단식을 만류하기 위해 동조단식에 들어갔다. 김 씨가 단식 46일 차인 2014년 8월 28일 단식을 중단하자 10일간의 단식을 끝냈다. 정청래 민주당 의원도 2014년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2014년 8월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단식을 시작했고, 24일 만에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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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9월 정세균 전 총리의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7일 만에 중단했다. /이새롬 기자 |
이정현 전 새누리당 대표는 2016년 9월 정세균 전 총리의 국회의장직 사퇴를 요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고 7일 만에 중단했다.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전 정의당 대표도 선거제도 개혁을 관철하기 위해 2018년 12월 단식에 돌입한 바 있다. 김성태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2018년 5월 드루킹 사건의 특검을 요구하며 9일간 노숙 단식을 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도 자유한국당 대표 시절인 2019년 11월 지소미아 종료 결정과 공수처 설치법 등에 항의하며 청와대 앞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고 10일째에 중단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정부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해 광화문광장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가 11일 만에 중단했다. 2023년 8월에도 국정 전면 쇄신과 내각 총사퇴를 요구하며 단식에 돌입했다. 단식 19일 만에 건강 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가 24일 만에 중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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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도 단식농성을 벌인 바 있다. 2016년 성남시장 시절 정부 지방재정 개편에 반대해 광화문광장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가 11일 만에 중단했다. /이새롬 기자 |
◆尹 탄핵선고 앞두고 단식 릴레이…"배고파서 중단?" 쇼 비판도
헌법재판소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여야 정치권은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김경수 전 경남지사는 윤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지난 9일부터 경복궁역 인근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11일째에 접어든 19일 김 전 지사는 SNS에 "국민들의 고통과 희생이 너무 크다"며 "조속하고 정의로운 판결이 대한민국을 구한다"라고 전했다.
'윤석열 탄핵 국회의원 연대' 소속의 민주당 민형배·박수현·김준혁·서영석·위성곤 의원과 진보당 윤종오 의원도 지난 11일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민 의원은 8일째인 18일 건강악화로 병원에 이송됐다. 위 의원을 제외하고는 단식을 중단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모임인 '더민초' 소속의 권향엽·이재강·양문석·채현일·임미애 의원도 18일부터 윤 대통령의 탄핵을 촉구하는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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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며 2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나흘 만에 중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새롬 기자 |
반면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의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며 2일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단식에 돌입했다. 그러나 나흘 만에 중단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송순호 민주당 최고위원은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아마 정치인이 공개적으로 선언한 단식 중 가장 짧은 단식이 아닌가 하다"며 "명분은 건강상 이유를 들었지만 배고팠기 때문에 단식을 중단했다고 확신한다"라고 비판했다.
자유한국당의 2019년 릴레이 단식도 도마에 오른 바 있다. 2019년 1월 청와대가 문 전 대통령의 대선캠프 특보를 지낸 조해주 중앙선거관리위원의 임명을 강행하자 의원들은 국회 일정을 보이콧하고 단식에 돌입했다. 의원들이 돌아가며 5시간30분씩 식사를 하지 않는 방식이었는데 '간헐적 다이어트'라는 조롱의 대상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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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의 파면을 촉구하며 11일째 단식 중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가 지난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인근 농성장에서 단식을 이어가고 있다. /이새롬 기자 |
◆"단식의 정치적 효과 감소"
전문가들은 정치인의 단식이 과거와 달리 국민적 공감대를 얻기가 어려워졌고, 정치적 효과도 제한적이라고 평가한다. 정치적 변화를 끌어내기보다는 지지층을 결집하는 수단에 머무른다는 지적도 있다. 아울러 단식이 반복되면서 국민 피로도가 커지는 동시에 목숨을 걸고 한다는 그 자체의 무게감이 줄어들기도 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의 통화에서 "지지층에 대한 로열티를 보이는 거라고 봐야 한다"며 "당에 대한 헌신을 강조하는 차원인데 삭발이나 단식 같은 극한의 투쟁은 오히려 (중도층)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교수는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같은) 그런 분들은 진정성이 있었고, 정권에도 엄청난 압박을 줬는데 요즘의 단식은 지지층에게 열심히 일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며 "지지층에겐 효과가 있겠지만 일반 국민들이 볼 때는 너무 뻔한 게 아닌가(하는 인상을 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짧은 단식은 진정성이 없어 보여서 오히려 반감만 키우고 해가 되는 경우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sejungkim@tf.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