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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政談<상>] 野 도보행진 후유증…여기 저기 '앓는 소리'


尹, 석방 이후 정치적 언급 철저히 피하는 모습
北, 우리 공군 '오폭 사고'에 "허무맹랑한 사고"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이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내란 수괴 윤석열 파면을 촉구'하는 도보행진을 하는 모습. /박헌우 기자

<더팩트> 정치부는 여의도 정가, 대통령실, 외교·통일부 등을 취재한 기자들의 '방담'을 통해 한 주간 이슈를 둘러싼 뒷이야기와 정치권 속마음을 다루는 [주간정담(政談)] 코너를 진행합니다. 주간정담은 현장에서 발품을 판 취재 기자들이 전하는 생생한 취재 후기입니다. 방담의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대화체로 정리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신진환 기자] -헌법재판소(헌재)의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가 결국 다음 주로 넘어갔다. 헌재 일대는 물론 정치권에서도 긴장감이 감돈다. 탄핵 찬반을 둘러싼 진영 간 갈등이 갈수록 격화되는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은 신속한 탄핵을 촉구하며 총력전을 벌이고 있다. 도보행진과 삼보일배 등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국민의힘은 '거리 정치'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시에 조기 대선에 선을 그으면서 윤 대통령의 직무 복귀를 내심 기대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당 안에서 '탄핵 찬성파' 김상욱 의원에 대한 징계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정작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 대통령은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석방 직후 관저에 머물면서 국민의힘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과 권성동 원내대표의 예방 이후 정치권 인사와 만나지 않고 있다. 헌재의 탄핵심판 선고를 앞두고 불필요한 논란이나 잡음을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 제기된 '관저 정치' 지적도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민의 시선은 헌재로 쏠리고 있다. 이는 하루빨리 나라의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 마음 아닐까.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배정한 기자
민주당 의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 계단에서 열린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보행진 출정식'에 참석해 구호를 외치는 모습. /배정한 기자

◆8.7㎞ 서울 복판 걸은 민주당…일부 의원은 '끙끙'

-더불어민주당이 도보 행진에 나섰다며?

-맞아. 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 파면을 촉구하며 여의도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걸어서 이동하는 장외 투쟁에 나섰어. 지난 12일 국회에서 열린 출정식에서 박찬대 원내대표는 "오늘부터 우리는 국회에서 광화문까지 내란수괴 윤석열의 신속한 파면을 촉구하는 정의로운 행진을 이어간다"며 "내란이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겠다"고 밝혔지.

-도보 투쟁 첫날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더라고. 한 초선 의원은 "운동할 시간이 없었는데 이렇게라도 걸으니 좋다"며 '럭키비키'(초월적 긍정적 사고) 모드였지. 우리공화당의 '부정선거 의혹 연수을(21대) 전수조사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는 걸 보고 한 재선 의원이 "A4에 '이미 전수조사 끝냈다'라고 써 붙여야겠다"며 "언제적 이야기를 하냐"고 말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어. 날아가는 새떼무리를 보고 한 의원은 "윤석열 탄핵 길조네, 길조"라고도 하더라.

-'웃픈'(?) 장면도 포착됐는데 선발대 의원들이 예상보다 빠르게 걷다 보니 뒤따라오는 의원들 사이에서 "이렇게 빨리 걸으면 광화문 도착해서 힘들다", "속도를 조절해달라고 앞에 가서 이야기해야겠다"는 장난 섞인 불만도 나왔어. 출출한 탓인지 한 의원은 호떡 노점상을 보고 "맛있겠다. 배고프다"라고 말하기도 했어.

14일 오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야5당 의원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보행진'을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광화문으로 향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14일 오후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의원들과 야5당 의원들이 '내란수괴 윤석열 파면 촉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도보행진'을 열고 서울 여의도 국회를 출발해 광화문으로 향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의원들은 마포대교를 지나 마포역, 공덕역, 애오개역, 충정로역, 서대문역을 거쳐 2시간 30여 분 만에 광화문에 도착했어. 긴 걸음으로 피로가 누적된 탓에 몇몇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준비하는 동안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어. 어떤 의원은 다리가 풀렸는지 앉으려다가 그대로 뒤로 넘어지더라고.

-다음 날 후유증이 꽤 심했다던데?

-맞아. 13일 비공개 의총이 끝난 후 몇몇 의원들은 다리를 절뚝이며 나왔고 한 의원은 "허리가 아프다"며 고통을 호소하기도 했어. 문정복 의원은 백브리핑을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어제 걸어서 다들 지쳤다"고 말했지. 문 의원의 솔직한 반응에 기자들은 웃음을 터트렸어.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파면될 때까지 도보 행진을 계속하겠다는 방침이야. 14일에는 조국혁신당과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도 동참했어. 다만 체력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어서 도보 행진이 얼마나 더 지속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아.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법원의 구속 취소 결정으로 석방된 이후 메시지 발신을 자제하는 모습이다. 사진은 윤 대통령이 지난 8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오며 지지자들에게 인사하는 모습. /서예원 기자

◆석방 첫날 공수처·검찰 때린 尹…이후엔 침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주 석방된 이후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쏠렸어. 그런데 첫날 이후에는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고.

-윤 대통령은 석방 직후 법률대리인단을 통해 입장문을 내놨어. 주로 지지층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내용이었어. 그는 "추운 날씨에도 응원을 보내준 많은 국민들, 미래세대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 국민의힘 지도부를 비롯한 관계자 여러분께도 감사드린다", "제 구속에 항의하며 목숨을 끊으셨다는 안타까운 소식을 접하고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 진심으로 명복을 빈다", "단식투쟁을 하는 분들도 계시는데 건강 상하지 않을까 걱정"이라는 등 메시지였어. 다만 "불법을 바로잡아준 중앙지법 재판부의 용기와 결단에 감사드린다"며 공수처와 검찰의 수사 및 기소 과정에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지목했고,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에 따라 공직자로서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다가 고초를 겪는 분들도 있다"며 비상계엄이 '대통령의 헌법상 권한'이라고 다시 한번 강조하는 모습도 보였어.

-그러나 그 뒤에는 메시지 자체를 자제하고, 특히 정치적 언급은 철저히 피하는 분위기야. 석방 당일과 이튿날 대통령실 참모와 국민의힘 지도부를 관저에서 만났고, 이 자리에서 나눈 이야기가 전해졌는데 고마움을 표하는 내용 정도였다고 해. 이후에는 예방도 받지 않고 침묵하고 있어. 석방 직후 직간접적으로 메시지를 내놓자 여론전을 염두에 둔 '관저 정치'가 다시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는데 이를 경계하는 행보가 아니냐는 해석이 많아.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지 사흘째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로가 한산한 모습. /장윤석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석방된 지 사흘째인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 도로가 한산한 모습. /장윤석 기자

-탄핵심판 선고를 눈앞에 둔 시점에서 헌재를 자극할 필요가 없다는 계산도 깔려있는 것 같아. 석방 직후 입장문에서도 공수처와 검찰에 대해서는 지적했지만 사법부에 대해서는 감사의 뜻만 나타냈어. 그동안은 탄핵심판과 체포·구속 등 과정에서 공수처와 검찰은 물론 법원을 향해서도 절차상 문제 등을 수차례 지적했지만 더이상 언급을 자제하는 모습이야.

-그 사이 대통령실도 윤 대통령이 차분히 헌재의 결정을 기다린다고 반복해서 설명했어. 석방 직후에는 대통령실 관계자를 통해 "겸허하고 담담하게 헌재 선고를 기다릴 것"이라고 했고, 13일에는 윤 대통령이 9일 삼청동 안가를 찾았다는 한 유튜버 주장에 반박하면서 "헌재의 결정을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다"고 재차 선을 그었어.

북한은 지난 12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군 오폭 사고를 언급하며
북한은 지난 12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군 오폭 사고를 언급하며 "우발적 한 점의 불꽃이 조선 반도와 세계를 새로운 무력 충돌에 말려들게 할 수 있었음은 결코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라고 경고했다. 사진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더팩트DB

◆北 '공군 오폭' 조롱 속...섬뜩한 경고?

-북한이 우리 공군의 오폭 사고에 대해 한마디 했다지?

-응. 북한은 지난 12일 노동신문을 통해 우리 군의 오폭 사고를 언급하며 "조종사의 좌표 입력 실수로 인한 허무맹랑한 사고"라고 조롱했어. 그러면서 "폭탄이 조금만 더 북쪽으로 투하돼 국경선을 넘었다면 사태가 어떻게 번져졌겠는가"라고 경고했지. 주목되는 대목은 그다음이야. 북한은 "우발적 한 점의 불꽃이 조선 반도와 세계를 새로운 무력 충돌에 말려들게 할 수 있었음은 결코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라고 했거든.

-북한은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엄연한 참전국이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지원하기 위해 병력을 대거 수송하고 있거든. 북한은 지난해 10월 1만1000여 명 파병에 이어 지난 2월에도 추가 병력을 보냈다고 해. 북한으로서는 실전에서만 얻을 수 있는 고도의 전쟁 경험을 축적하고 있다고 볼 수 있지. 그런 북한이 '충돌은 무리한 상상은 아니다'라고 언급한 건 꽤 의미심장(?)해 보여.

북한은 지난 8일 관영 매체를 통해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 위원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북한은 지난 8일 관영 매체를 통해 '핵동력전략유도탄잠수함' 건조 현장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원자력을 추진 동력으로 하면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탑재한 전략핵잠수함(SSBN)을 뜻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김 위원장의 숙원 사업 중 하나다. /조선중앙TV 갈무리.뉴시스

-북한의 전쟁 수행 능력 과시도 이어지고 있다며?

-맞아. 북한은 '하늘의 눈'이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AEW) 개발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어. 최근에는 핵 추진 잠수함 건조 시설을 최초로 공개하기도 했지. 또 북한은 지난해 9월 고농축우라늄(HEU) 제조 시설을 처음 공개한 데 이어 지난 1월에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물질 생산기지와 핵무기 연구소를 현지 지도하기도 했어.

-이렇듯 북한은 전력 불균형 해소와 비대칭 전력 개발에 주력하는 모양새야. 다시 말해 전쟁 수행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로 보여. 파병으로 인한 뒷배로 러시아가 등장했다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워. 러시아는 북한에 파병 대가로 군사정찰위성 기술이나 소형 원자로 핵심 기술 등을 제공할 수 있다고 관측되거든.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무리한 상상이 아니다'라는 경고를 가볍게 넘길 수 있을까.

◆ 방담 참석 기자 = 이철영 부장, 신진환 기자, 이헌일 기자, 김세정 기자, 김정수 기자, 김수민 기자, 서다빈 기자, 이동현 인턴 기자, 이하린 인턴 기자

☞<하>편에 이어

shincombi@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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