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의 대통령실 인적 쇄신 요구에 대해 "구체적으로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하면 조치하겠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22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전날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에 대해 이같이 밝혔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한 대표는 전날 오후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윤 대통령에게 민심과 여론 상황에 관해 이야기를 꺼냈고, 이어 언론에서 제기된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건희 여사 대외 활동 자제 △의혹 규명에 대한 협조 등 3가지를 요구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인적 쇄신 요구와 관련해 "나를 잘 알지 않느냐, 나 문제 있는 사람이면 정리했다"며 "인적 쇄신은 내가 해야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으로 무슨 행동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얘기해줘야 조치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소상히 적어서 비서실장, 정무수석에 알려주면 조치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여사 대외 활동에 대해서는 "(김 여사도) 힘들어하고 있다.
꼭 필요한 공식 의전행사 아니면 이미 자제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며 "영부인 활동을 줄였는데, 그것도 과하다니 더 자제하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은 의혹 규명과 관련해 "일부 의혹은 검찰 조사가 진행 중"이라며 "의혹이 있으면 막연하게 얘기하지 말고, 구체화해서 가져와 달라"고 주문했다.
이어 "다만 의혹을 수사하려면 객관적 혐의나 단서 있어야 한다"며 "문제가 있으면 수사받고 조치하면 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윤 대통령은 한 대표에게 "어처구니없는 의혹에 대해선 대응 제대로 하고 싶어도 대통령실이 계속 싸우는 게 맞느냐"라며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면 당에서도 같이 싸워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또 "말이 안 되는 공격하면 당에서도 적극적으로 공격해 주면 좋겠다"며 "정치에 대해선 정치로 대응해 주면 좋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외에도 특별감찰관 임명에 대한 한 대표의 요구에는 "그건 여야가 협의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대통령실에 제2부속실을 설치하는 내용은 언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면담에서 두 분이 할 말은 다 했다"며 "윤 대통령 반응이 없다는 보도도 있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한 대표의 말을 듣고 차분한 어조로 답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면담에 대해서는 "대통령과 여당 대표가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눈 것만으로도 성과가 있지 않나"라며 "헌정 유린을 막아내고, 당정이 하나 되는 데 뜻을 같이했다"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과 한 대표의 면담에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배석한 것에 대해서는 "통상 대통령이 외부의 다른 분과 만날 때 비서실장 또는 관련 수석들과 배석하고 있다"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같이 배석했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21일 오후 4시50분쯤부터 약 1시간 20분 동안 서울 용산 대통령실 파인그라스에서 면담했다.
두 사람의 회동은 지난달 24일 윤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초청해 만찬한 이후 한 달여 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