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6 재보선에서 '정권심판'을 앞세운 야권의 승리는 밋밋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남윤호 기자

[더팩트ㅣ국회=조성은 기자] 10·16 재·보궐선거는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 등 여권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지난 총선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는 점에서 야권에 적잖은 과제를 남겼다. 특히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를 이룬 부산 금정에서는 '보수 결집'의 벽을 넘지 못했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을 수성하는 데 성공했으나 과반 득표에 실패했다. '대안야당'을 표방한 혁신당은 총력전을 펼쳤음에도 진보당에 밀려 3위에 그쳤다.

민주당은 '텃밭' 호남 2곳을 가져갔으나 결과에 대한 평가가 과거와 사뭇 다르다. 전남이 '민주당의 뿌리'라 불릴 만큼 전통적인 민주당 강세 지역이라는 점에서 승리는 이상하지 않다. 하지만 표를 뜯어보면 전남 영광군수 재선거에서 장세일 민주당 후보는 41.08%의 득표율로 당선됐다. 이석하 진보당 후보는 30.72%, 장현 혁신당 후보는 26.56%로, 무소속 오기원 후보 1.62%를 합하면 '반민주당'표는 60%에 육박해 '텃밭'이라는 말이 무색하다. 투표율도 70%를 넘었다.

혁신당은 더 씁쓸하다. 조국 대표 등 지도부는 '한 달 살기'라는 초강수를 뒀으나 '바닥민심 훑기'에 실패하며 3석의 진보당에도 밀렸다. 곡성군수 재선거에서도 박웅두 혁신당 후보는 35.85%의 득표율로, 조상래 민주당 후보(55.26%)에 20%포인트 가까이 뒤졌다.

'정권심판론'이 휩쓴 지난 22대 총선 비례선거에서 혁신당은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혁신당)'을 앞세워 돌풍을 일으켰다. 특히 호남 지역에서 46.85%로, 영광과 곡성에서 각각 39.5%, 39.8%였다. 그러나 '호남의 주인'을 놓고 벌인 싸움에서 호남 민심은 민주당의 손을 들었다.

최수영 정치평론가는 17일 통화에서 "혁신당은 완전히 실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기성 정당으로서 완전히 포맷을 갖추지 못한 것이 혁신당의 한계"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탄핵이나 김건희 특검으로는 더이상 안 되고 지역정당으로서 뿌리내리기 위해 본인들의 정책, 당의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명확한 건 조 대표로는 정권교체를 하지 못한다, 정권교체의 선봉장에 설 수 있는 건 이 대표라는 걸 재확인한 결과"라고 봤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도 통화에서 "민주당에 대한 호남의 지지는 확고하다"면서 "혁신당에 간 표는 혁신당을 지지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에 대한 불만이다. 빨리 윤석열정권을 끌어내리라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 단일화를 이룬 부산 금정구에서는 20%포인트 넘는 격차로 패배했다. 지난 9일 김경지 후보(오른쪽) 지지를 호소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민주당 부산시당 제공

이번 재보선에서 야권의 한계도 드러났다. 제1야당인 민주당은 '보수의 아성' 부산 금정구와 인천 강화군에서 패배했다. 특히 혁신당과 단일화를 이룬 부산 금정구청장 보궐선거에서 김경지 민주당 후보는 38.96% 득표에 그쳐 윤일현 국민의힘 후보(61.03%)에 20%포인트 이상의 격차로 뒤졌다. 인천 강화군수 보궐선거에서는 한연희 민주당 후보가 42.12%, 박용철 국민의힘 후보가 50.97%로 패배했으나 격차는 지난 총선(27.51%포인트)보다 상당히 줄인 것과도 비교된다.

부산 패배를 두고 김영배·양문석 의원의 설화 등으로 보수 결집이 이뤄졌다는 평가와 함께 민주당 내에서는 조국 혁신당 대표에 대한 부정적인 정서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지난 총선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산 지원 유세가 역효과를 일으켰다는 일각의 분석과 맥이 닿아있다. 한 초선의원은 17일 통화에서 "민주당이 조 대표와 손잡는 걸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계신다"고 전했다.

김준일 정치평론가는 통화에서 정권심판론의 한계를 지적했다. 그는 "국민이 야권에 바라는 건 총선에서 압승했으면 특검을 하든 국정조사를 하든 뭘 해야 하는데 결과물이 안 나오고 있다"면서 "탄핵을 세게 말하는 것 이상으로 이제는 성과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평론가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승리에 주목하면서 "지난 총선 때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격차와 비슷하게 나타났다"며 "총선의 기류가 그대로 재현된 것"이라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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